[아시아경제 박혜정 기자]말기암(4기) 환자 100명 중 17명이 10년 이상 생존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말기암이라고 해도 포기하지 말고 적극적인 치료를 하면 완치 가능성이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다.

연세암센터는 2000년에 암 진단을 받은 4600여명의 병기별 10년 생존율을 조사한 결과, 0기 96.4%, 1기 82.8%, 2기 70.2%, 3기 45.4%, 4기 17.1%로 나타났다고 27일 밝혔다.

암센터에 따르면 전체 암 환자의 10년 생존율은 51.1%였다. 암 환자의 절반이 10년 이상 장기생존한 것이다.

성별로는 여성환자의 10년 생존율은 63.7%로 남성(40.4%)보다 높았다.

정현철 연세암센터 원장은 "여성환자의 경우 비교적 조기에 진단되고 치료가 잘 되는 유방암, 자궁경부암, 갑상선암이 많은 반면 남성환자는 진단이 어려운 폐암이나 예후가 좋지 않은 간암, 전립선암 등이 많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또 평균 수명이 늘어남에 따라 70~80대 고령층 암환자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995년 52.4세이던 암 진단 평균 연령은 2010년 54.6세로 늘었다. 전체 암 환자의 15%는 70~80대에 속했다.

정 원장은 "병기가 진행된 암이 노년층에서 늦게 발견되는 게 아니라 평균수명이 늘면서 암 발생 연령이 높아진 데 따른 것"이라며 "고령층의 암이라도 조기 발견하면 적극적인 치료가 가능한 만큼 정기적인 검진과 가족의 관심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밖에 10년 이상 생존한 암환자 중 2개 이상의 암이 있는 '다중암 환자'가 5.2%로 집계됐다. 그러나 이중 절반(53.1%)이 생존해 1개 암만 있을 때 보다 생존율이 다소 높았다. 또 암환자 중 5.1%는 암이 아닌 다른 질환으로 사망하는 것으로 조사된 만큼, 암 치료와 함께 전반적인 건강관리가 필요하다고 암센터 측은 지적했다.

한편 연세암센터는 1995년부터 국내 최초로 종양등록사업을 시작해 암과 생존율 자료를 조사하고 있다. 이를 토대로 향후 암환자 건강관리 지침이나 연령별 건강검진 가이드라인 자료에 활용할 계획이다.

박혜정 기자 park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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