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10.26 서울시장 보선에서 완패한)이 상황에서 강행처리를 할 수 있겠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처리가 지연되는 이유에 대한 한나라당 당직자의 설명이다. 민주당을 비롯한 야5당이 반대하는 상황에서 비준안을 처리하기 위해선 육탄전도 불사하고 '날치기 처리'를 해야 하지만, 서울 지역의 냉혹한 민심을 확인한 만큼 일방적인 강행 처리를 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한미FTA 비준안의 '10월내 처리'가 사실상 무산됐다. 정부와 한나라당은 28일 오후 본회의에서 한미FTA 비준안을 처리할 방침이었지만, 해당 상임위(외교통상통일위) 일정 조차 잡지 못했다.

현재 한미FTA 비준안은 외교통상위 전체회의에 상정돼 표결 처리만 기다리고 있다. 이날 오후 본회의에서 비준안을 처리하기 위해선 외통위와 법사위를 우선 통과해야 하지만, 야당이 저지하는 한 외통위 통과도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 연말 예산안 파동 이후 남경필 외통위원장을 비롯한 일부 한나라당 의원들은 '국회 바로세우기 모임'을 만들고 "물리력을 동반한 강행 처리에는 동참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지키지 못할 경우 내년 총선 불출마라는 배수진까지 쳤다. 실제 외통위 소속 홍정욱 의원은 지난 4월 외통위 법안심사소위의 한미FTA 표결에서 '기권표'를 던져 소위 처리를 무산시켰다.

때문에 이날 외통위가 열려도 민주당 등 야당이 '실력 저지'에 나선다면 표결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외통위에서 남 위원장은 이날 한 라디오에 출연, "(민주당의 입장은) 한나라당이 그냥 우리를 밟고 지나가라는 것이냐"면서 "제가 정치생명을 걸고 결단할 수 밖에 없다"고 강행처리 가능성도 내비쳤다. 그러나 "그런 상황이 가지 않도록 민주당이 판단을 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설득해 보겠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비준안 처리가 지연되자 야당에 대한 비난 수위만 높이고 있다. 황우여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주요당직자 회의에서 민주당 등 야5당의 재협상 요구의 논리 부족을 비판하며 "야당은 일방적인 강행처리나 몸싸움을 생각하지 말고 당당하게 국민 앞에 나와 대응하라"고 촉구했다. 그는 또 각 상임위에 한미FTA 비준안과 이행법안의 처리를 촉구했다.

한나라당은 이날 중으로 비준안 처리가 안 될 경우 올해 정기국회 마지막 날인 다음달 3일 본회의에서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지연진 기자 gy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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