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언론의 한국 금융 비난에 대해 금융권에서는 지혜로운 해답을 제시했다.
모두 수긍할 수는 없지만 겸허히 받아들이고 개선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그 첫 걸음은 수수료 인하에서부터 시작됐다. 은행들은 스스로 100가지가 넘는 은행 수수료 가짓수를 대폭 줄이고 자동화기기(ATM) 이용 수수료와 저소득층 수수료를 대폭 인하하거나 면제키로 했다. (도표 참조).

또 주거래은행 ATM에서 현금을 인출하는 고객에게 영업시간이 지나면 500~600원씩 받던 수수료도 하루 2회 이상 인출 시 면제하거나 대폭 낮추기로 했다. ATM을 이용한 타행이체 수수료도 은행 간 협약을 통해 최대 50%까지 인하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각 카드사로부터 가맹점 수수료율을 책정하는 체계와 기준에 대한 자료를 제출받아 분석하고 있다. 분석 대상은 7곳의 전업계 카드사들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당국이 가맹점 수수료 타당성을 재차 들여다보기로 한 것은 영세 가맹 점주들의 실력행사 이전부터 검토한 것이며 요율에 대해 직접 통제할 수 없기 때문에 카드사 자체적으로 정해 줄 것을 주문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5개 금융업협회장 “사회적 책임 강화” 발표
이어 금융권이 강조한 것은 금융권의 사회적 책임 강화였다. 전국은행연합회장(신동규),금융투자협회장(황건호),생명보험협회장(이우철), 손해보험협회장(문재우), 여신금융협회장(이두형) 등 5개 금융업협회의 기관장들은 지난달 27일 은행회관에서 수수료 인하 및 사회공헌 활동 강화 등 금융권의 사회적 책임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이들은 발표문을 통해 “우리 금융권은 최근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기존 금융 시스템에 대한 비판적 시각과 금융의 공공성 제고에 대한 국민적 기대감을 감안해 금융권의 사회적 책임을 한층 강화하고자 한다”면서 “금융권이 수익성과 건전성 위주의 경영에 치중한 나머지 서민층의 접근성이 제한되고 금융 소비자 보호에 소홀하다는 지적을 받는 등 금융의 공공성 제고에 대한 국민적 요구와 비판을 겸허히 받아들여 금융의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기 위해 적극 나서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금융권이 내놓은 개선안은 우선 금융 소비자에게 실질적 혜택이 돌아가도록 수수료를 과감히 인하하고 이자 부담도 완화한다는 것으로 은행의 자동화기기(ATM) 수수료를 현행보다 40~50% 인하하고 복잡다기한 수수료 체계도 합리적으로 개편하겠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또한 기초생활수급권자, 장애인 등 사회 소외계층의 은행 거래 부담을 경감하기 위해 자동화기기 인출 수수료를 면제하는 방안 추진도 약속했다.

은행 대출의 연체이자율을 인하하고 하한선을 폐지해 고객의 이자 부담을 완화하고 정기 예-적금 중도해지 시 고객이 현행보다 더 높은 해지 이자를 받을 수 있도록 지급 방법을 개선했다. 다만, 은행의 수수료 인하 등 수수료 체계 개편과 이자 부담 완화 방안은 일률적으로 추진할 수 없고 공정거래법 등 관련법에 저촉되지 않도록 각 행별로 자체 실정에 맞게 자율적으로 결정할 사안임을 밝히며 양해를 구했다.

생명보험회사와 손해보험회사는 고객이 저축성보험 중도 해약 시 지급하는 해약 환급액을 높이는 방향으로 개선할 계획을 밝혔다. 손해보험회사는 서민의 보험료 부담을 경감하기 위해 기존 상품 대비 평균 17~18% 저렴한 서민우대 자동차 보험 상품을 출시하여 적극 홍보-판매할 예정이다.

카드회사도 중소가맹점 수수료율(2.0~2.1%)을 대형할인점 수준(1.6~1.8%)으로 인하하고 중소가맹점 범위를 연매출 1.2억원 미만에서 2억원 미만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사회공헌 활동을 더욱 강화하겠다는 약속도 발표했다. 은행권은 저소득-저신용자를 대상으로 자체 재원으로 지원하고 있는 새희망홀씨 대출 공급 목표액을 올해 1조2000억원에서 2012년도에는 1조5천억 수준 이상으로 확대한다.

이와 함께 금융권은 최근의 대내외 경제 불안을 감안해 소외계층에 대한 지원을 강화를 목적으로 내년도 사회공헌 활동 사업 예산을 금년보다 50% 이상 증액해 은행권 1조원 등 총 1조3000억원 이상을 지원한다. 특히 내년도 금융권의 사회공헌 활동은 청년창업 지원 펀드 출연, 출산 장려를 위한 보육시설 지원, 재래시장이나 농어촌 및 공단지역 등 취약지역에 대한 지원 사업 등을 중점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다.

한편, 금융권의 사회공헌 활동 강화를 위하여 금융회사별로 사회공헌 담당 전담임원 임명 등 담당조직을 확충하고 금융인들의 자발적인 사회공헌을 지원하기 위해 사회공헌 휴가제도 도입 등을 추진하는 한편 사회공헌 활동 우수사례의 발굴과 확산을 도모해 나갈 계획이다.

금융회사 “건전성 경영투명성 제고” 선언
아울러 금융회사의 건전성 및 경영 투명성을 더욱 제고해 나갈 것을 선언했다.
금융권은 “최근 국제금융시장의 불안이 지속되고 있는 점 등을 감안해 금융권의 건전성 제고를 위해 이익금에 대한 과도한 배당을 자제하고 대출자산 등의 부실 가능성에 대비해 충당금 및 준비금을 충분히 적립하는 한편, 외환 건전성 제고를 위해 차입 구조 개선 및 외화 차입선의 다변화 노력도 계속하겠다”면서 “아울러 경영 투명성 제고를 위해 현재 시행하고 있는 ‘사외이사모범규준’ ‘지배구조내부규범’ 등을 철저히 이행하는 한편, 준법 윤리경영과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해 업무관행 및 제도개선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코노믹 리뷰 한상오 기자 hanso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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