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실사 결과 존속가치보다 청산가치 높아
4조원 쏟아부은 채권단, 구조조정방안 고심



[아시아경제 박민규 기자] 채권단이 성동조선해양의 구조조정 방안을 놓고 고심 중이다. 지난달 삼정KPMG에서 내놓은 재무실사 결과 존속가치보다 청산가치가 높다고 나왔기 때문이다. 회사를 살리는 것보다 정리하는 게 낫다는 얘기다.

하지만 총 4조원이 넘는 돈을 쏟아부은 채권단이 성동조선을 버리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지난 9월에도 긴급자금 2500억원을 지원했다. 삼정KPMG의 실사보고서에 따르면 성동조선의 정상화를 위해서는 2015년까지 1조원 이상이 투입돼야 하는 상황이다. 많게는 1조5000억원이 들어갈 것으로 분석됐다. 당초 채권단이 예상했던 7000억원의 두배가 넘는다.

주채권은행인 수출입은행은 삼정KPMG의 실사가 지난 6월말 기준인 점을 감안해 9월말 기준으로 다시 실사보고서를 요청한 상태다. 딜로이트안진에도 같은 건을 의뢰했다.

수출입은행 선박금융부 담당자는 수차례 통영에 위치한 성동조선 본사로 내려가 현장 상황을 파악하고 회생 방안을 논의하고 있지만 상황이 녹록치 않다. 채권단은 신규 자금 지원 외에 출자전환 및 대주주 감자 등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2대주주인 군인공제회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법적 절차에 따른 기업재무개선작업(워크아웃)이 아닌 자율협약일 뿐인데 대주주의 권리를 포기할 수 없다는 것이다. 채권단은 정홍준 씨 등 최대주주 지분(45.62%)을 0%에 가깝게 줄이는 대신 군인공제회의 지분평가액을 보전해주는 차등 감자 방안을 검토 중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최근 선박시장 여건도 안 좋은 데다 성동조선의 상황도 낙관하기 힘든 상황"이라며 "채권단 간에 입장도 서로 조금씩 달라 정상화 방안 도출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성동조선은 지난해 유동성 위기에 빠져 채권단 자율협약에 따라 구조조정 절차를 밟고 있다. 그러나 조선업황 부진 등으로 회사 사정이 쉬 나아지지 않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성동조선의 자기자본은 -1조2225억원으로 전년 말보다 잠식 규모가 4495억원 늘었다.

박민규 기자 yush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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