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유리 기자]"미국이 경기침체에 빠지게 되면 그 여파는 2008년 금융위기 때보다 훨씬 심각할 것이다."

'자본주의 4.0'의 저자 아나톨 칼레츠키(사진)는 8일 '글로벌 금융위기와 자본주의의 미래'를 주제로 여의도 하나대투증권에서 열린 포럼에서 "최근 시장이 유럽 위기에 대해 큰 관심을 보이고 있지만 시장이 화들짝 놀랄 만한 '쇼크'가 나온다면 원인은 유럽보다 미국일 가능성이 크다"며 이같이 말했다.

칼레츠키는 "미국의 과거 62년간 기록을 보면 경제성장률이 2분기 이상 2% 미만으로 나타났을 때 경기침체가 이어졌다"며 "올해 역시 상반기에 2분기 연속 2% 미만의 성장률을 보이면서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경우 경기가 나빠지면 직원을 해고하고 이에 따라 가계소득이 감소하기 때문에 실물경제에도 파장이 빨리 도달한다고 경고했다. 정부의 고용안전망 아래 보호를 받는 유럽과는 상황이 달라 침체국면이 더 빨리 찾아올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미국의 실업률은 이미 9% 수준인데 경기침체시 실업률이 2%포인트씩 올라간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내년 하반기에는 11%에 육박할 수 있다"며 "이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최고치로 1930년 대공황 이래로 가장 심각한 상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같은 경기침체가 나타날 확률은 크지 않다고 진단했다. 그는 "지난 여름 미국이 경기침체로 갈지 적절한 성장세를 이어갈지를 50대 50으로 봤다"며 "당시에 가을이 되면 어느 쪽으로든 70대 30 정도로 기울 것이라고 했는데 지금은 긍정적인 쪽"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미국 공급관리자협회(ISM) 제조업지수나 실업률 등 주요지표가 나쁘지 않았다는 것.

유럽의 경우 시장 충격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낮다는 설명이다. 심각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너무 심각하지만 이미 시장이 이를 잘 알기 때문이라는 것. 유로존 붕괴나 유로 은행권의 붕괴 정도는 돼야 시장이 놀랄 텐데, 그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얘기다.

유럽은 정치 구조상 정치권 엘리트들의 의견이 크게 반영되는데, 이들이 좌파든 우파든 유럽의 연대를 강력히 원하고 있다는 점에서 '유로존 와해'는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설명이다. 유럽 은행들도 유럽중앙은행(ECB)을 중심으로 지급불능 사태를 막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어 신용경색은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유리 기자 yr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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