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권해영 기자] KT가 중소 태블릿PC 업체와 체결한 제품 공급 계약을 일방적으로 파기했다는 논란에 휩싸이며 잡음을 일으키고 있다. KT는 제품 하자 문제로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일각에서는 KT가 애플 아이패드와 삼성전자 갤럭시탭을 띄우면서 중소업체를 '찬밥'으로 만들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10일 엔스퍼트에 따르면 KT가 지난해 체결한 태블릿PC 공급 계약을 파기하면서 지난주 공정거래위원회에 KT를 제소했다.

양사는 지난해 7월과 9월 태블릿PC를 각각 3만대, 17만대씩 차례로 공급하기로 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엔스퍼트 관계자는 "1차로 아이덴티티 탭을 3만대 공급했지만 KT가 나머지 17만대는 수급하지 않고 있다"며 "태블릿PC 신제품, 인터넷 전화기 등을 추가로 받아주긴 했지만 이마저도 물량이 미미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KT는 품질 충족을 계약 조건으로 제시했기 때문에 계약 파기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KT 관계자는 "처음 계약을 체결할 때부터 품질 충족 및 검수 통과를 계약 조건으로 제시했다"며 "엔스퍼트가 품질 조건을 만족시키지 못해 제품 수급을 거부한 것이지 계약 위반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출시 초기에는 제조상 불량이 나올 확률이 높기 때문에 3만대까지는 공급받았지만 나머지 17만대는 불량이 나오면 받을 수 없다"면서 "엔스퍼트가 일방적인 주장을 펼치고 있고 향후 공정위에도 우리의 입장을 설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엔스퍼트 측은 KT가 '국내 1호 태블릿PC'라는 타이틀에 얽매여 출시 시기를 무리하게 앞당기면서 벌어진 일이라고 맞섰다. 당초 엔스퍼트는 품질 경쟁력을 확보한 뒤 제품을 출시하려고 했지만 KT가 재촉하면서 지난해 8월에 태블릿PC를 출시했다. 갤럭시탭은 3개월 후인 지난해 11월 판매를 시작했다.

일각에서는 KT가 아이패드2와 갤럭시탭 10.1 등 주요 제조사의 태블릿PC를 판매하게 되면서 중소업체의 태블릿PC를 홀대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아이패드2의 가격이 태블릿PC 치고 상대적으로 저렴한 50만원 안팎이라 가격 경쟁력으로 승부를 보려던 중소업체의 태블릿PC에 대한 시장 수요는 당초 예상과 달리 그리 크지 않은 상황이다.

한편 공정위 관계자는 신고 여부에 대해 "확인해 줄 수 없다"며 "보통 신고를 받고 조사가 진행 중일 때는 확인해주지 않는 게 관례"라고 말했다.

권해영 기자 rogue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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