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진수 기자] 미국 정부가 5억3800만 달러(약 6100억 원)나 빌려줘 가며 공 들였던 태양전지업체 솔린드라가 파산을 신청해 위기감이 고조되기 시작한 게 겨우 2개월 전이다. 솔린드라는 한때 버락 오바마 정부의 경제활성화 방안과 그에 맞물린 이른바 '그린' 일자리 창출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기업이었으나 파산선고로 재선에 도전 중인 오바마 대통령에게 큰 부담이 되고 있다.

이번에는 철강업체 세베르스탈 노스 아메리카가 챙긴 미 에너지부의 대출자금 7억3000만 달러를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다.

세베르스탈 노스 아메리카는 러시아의 억만장자 알렉세이 모르다쇼프(46·사진)가 이끄는 기업이다. 미국의 경제 격주간지 포브스에 따르면 모르다쇼프는 재산 185억 달러로 세계에서 29번째로 돈 많은 인물이다.

옛 소련 시절 철강 노동자의 아들로 태어난 모르다쇼프 역시 한때 철강 노동자로 일한 자수성가형 억만장자다. 그는 레닌그라드 공과대학(상트페테르부르크 국립 공과대학의 전신)을 졸업한 뒤인 1988년 체레포베츠 철강공장에 들어가 노동자로 일하다 1992년 재무 책임자가 됐다. 때는 기업 민영화 조치가 단행되기 직전이다.

모르다쇼프는 체레포베츠가 민영 체제로 바뀐 뒤 투자펀드 두 개를 출범시켜 노동자들의 지분을 긁어 모아 대지주로 떠올랐다. 이윽고 1996년 체레포베츠의 경영권까지 장악한 그는 철강·석탄·운수 업체, 자동차 메이커 등 많은 기업을 사들이는 방식으로 세베르스탈이라는 거대한 복합기업을 일궈냈다.

2001년 영국 잉글랜드 뉴캐슬 소재 노섬브리아 대학에서 경영학 석사학위를 취득한 모르다쇼프는 현지 프로축구 클럽 뉴캐슬 유나이티드의 경기를 거의 놓치지 않고 보러 갈 정도로 축구에 푹 빠져 살기도 한다.

세베르스탈 측에 따르면 미 에너지부의 대출금을 받은 것은 2004년 사들인 미시간주 디어번 소재 공장 설비를 업그레이드하고 생산을 늘리기 위함이다. 이로써 건설 부문 일자리 2500개와 제조 부문의 영구적인 일자리 260개 이상이 창출될 수 있으리라는 게 세베르스탈 측의 주장이다.

이에 스티븐 추 미 에너지부 장관도 "첨단 고강도 철강을 미국에서 만들면 수입 의존도가 줄고 일자리 수천 개가 생길 수 있다"고 맞장구 쳤다.

미시간주 의회 의원들 가운데 상당수가 이를 환영했으나 지금 상황이 달라졌다. 많은 정치인과 언론이 문제 삼고 나선 것이다. 대럴 아이사 하원의원(공화·캘리포니아주)은 추 장관에게 "모르다쇼프 CEO의 막강한 재력과 권력, 세베르스탈이 첨단 고강도 철강 생산시설에 이미 투자했다는 점에서 볼 때 에너지부의 지원은 이해하기 힘든 일"이라고 지적했다.

2006년 5월 뉴욕 타임스는 "모르다쇼프가 이처럼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몇몇 보좌관에게 대고 있는 줄 덕"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옛 소련 진영, 미국, 유럽, 아프리카 등지에 진출한 세베르스탈의 지난해 매출은 135억7300만 달러, 이자·세금·감가상각·부채상환 이전 수익(EBITDA)은 32억6300만 달러다.

이진수 기자 comm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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