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정일 기자] 세단이 안락하고 중후하다면 쿠페는 날렵하고 역동적이다. 세단과 쿠페 선호층이 확연히 구분되는 것은 이같은 이질감에서 비롯된다. 너무나 개성이 강해 도저히 접점을 찾기 어려운 경계선이 둘 사이에 놓여 있는 것이다.

벤츠 CLS 350이 눈길을 끄는 것은 바로 이 경계를 허무는 도전 때문이다. 차체는 E 클래스를 기반으로 세단의 성격을 이어가면서 외형은 4도어 쿠페 전형을 고수해 자신만의 독특한 색깔을 구축했다. 세단과 쿠페의 결합이 얼마나 성공적인지는 냉정한 평가가 필요하지만 적어도 그 시도는 무난해 보였다.

이번에 시승한 CLS 350은 2004년 선보인 1세대 CLS에 비해 한결 남성스러워졌다. 곧게 뻗은 몸집 옆으로 이어지는 라인은 남성의 근육질을 연상시켰다. 여기에 라디에이터 그릴 중앙에서 부착된 삼각별 엠블럼은 역동적인 인상을 강하게 남겼다. 벤츠의 한국인 디자이너 휴이 리(이일환)가 공들인 디자인이라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시동을 걸고 가속 페달을 밟으니 차체가 가볍게 움직였다. 최고출력 306마력, 최대토크 37.7㎏·m의 3.5ℓ V6 엔진은 힘이 넘쳤다. 시내 주행에서 맛보기 힘든 고속 질주는 자동차전용 도로에서 유감없이 발휘됐다. 변속 모드를 E(에코 모드)에서 S(스포츠 모드)로 바꾸자 속도감이 더해졌다. 연비 향상을 위한 E 모드와 달리 S 모드는 RPM 증감폭이 커진 탓이다.

여기에 7단 변속기가 저속과 고속을 매끄럽게 넘나들면서 승차감은 편안했다. 핸들링은 세단보다는 좀 빡빡하게 느껴졌지만 그것이 오히려 쿠페의 매력을 십분 살렸다.

좌우 핸들링시 쏠림도 심하지 않았다. 속도를 일정하게 유지하면서 우회전과 좌회전을 여러 차례 시도해봤지만 회전은 부드러웠다. 6.1초의 제로백(0km → 100km)으로 속도를 끌어올렸다가 브레이크를 몇차례 깊게 밟았더니 도로에 착 달라붙은 듯 부드럽게 멈춰섰다.

실내 인테리어는 가죽 재질의 깔끔한 마감처리가 고급스러움을 더했다. 센터페시아와 변속레버 등은 벤츠 특유의 품격을 그대로 이어갔다. 손가락으로 터치하는 내비게이션은 사용의 편의성을 높였으나 크기는 좀 작다.

시트는 운전자를 껴안듯 감싸안았다. 엉덩이 부분이 쑤욱 들어간 탓이다. 상체를 조이는 느낌이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차츰 익숙해지자 오히려 심리적 안정감을 높여줬다.

운전자 안전 지원 기능도 적지 않다. 장시간 운전하면 휴식을 권하는 '주의 어시스트', 급제동시 후방 브레이크를 깜빡여 뒤따라 오는 차에 위급 상황을 알리는 '어댑티브 브레이크 라이트', 안개 등 상황에 따라 바뀌는 발광다이오드(LED) 인텔리전트 라이트 등이 대표적이다.

제 아무리 4인승 쿠페라고 하지만 실내 공간이 좁은 것은 어쩔 수 없다. 앞좌석 시트를 조금만 뒤로 밀면 뒷좌석의 무릎 공간이 확연히 줄어든다. 뒷좌석은 가운데 수납 공간을 중심으로 양쪽에만 사람이 앉을 수 있다. 가뜩이나 넉넉하지 않은 공간에 수납 공간을 굳이 이렇게 강조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벤츠 CLS 350
엔진 V6 3.5 가솔린 엔진, 306마력/37.7kg·m
기어 7단 자동변속기
크기 4945×1915×1400mm
연비 10.1km/ℓ
가격 1억750만원

이정일 기자 jay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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