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수진 기자]찰스 다윈이 '종의 기원'에서 기술한 종의 확산 과정을 국내 연구진이 세포 수준에서 규명해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14일 서울대학교 생명과학부 이준호 교수팀이 ‘예쁜꼬마선충(C. elegans)’이라는 동물을 연구, 세계 최초로 단일 세포 수준에서 종의 확산행동 과정을 확인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예쁜꼬마선충은 길이 1mm정도로 선충류에 속하는 작은 벌레다. 신경계가 단순해 신경세포 연구에 폭넓게 이용된다.

연구진이 주목한 것이라는 '닉테이션'이라는 행동이다. 예쁜꼬마선충은 평소 몸을 바닥에 붙이고 다니다가 생존과 번식에 부적합한 환경에 처하면 꼬리를 바닥에 붙이고 몸 전체를 들어올려 흔드는데, 이 행동이 닉테이션이라고 불린다. 닉테이션을 통해 주변 다른 동물에 달라붙어 새로운 서식지로 이동하려는 것이다.

이는 찰스 다윈이 발견한 특정 종의 확산 과정과 유사하다. 찰스 다윈은 '종의 기원'에서 조개가 새 다리에 붙어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현상을 자세히 기술하고 있다. 예쁜꼬마선충의 닉테이션 행동 역시 생존과 확산에 결정적 역할을 하는 것으로 추측되나, 지난 40년간 세포 수준의 기작은 밝혀지지 않았다.

반면 연구팀은 닉테이션을 신경세포수준에서 연구, ‘예쁜꼬마선충’의 닉테이션이 ‘IL2 뉴런’ 이라는 신경세포에 의해 일어남을 밝혀내는 데 성공했다. 연구팀은 유전자 조작으로 ‘IL2 뉴런’을 제거한 선충은 부적합한 환경에서도 반응하지 않지만, ‘IL2 뉴런’을 복원시킨 선충은 ‘닉테이션’이 회복되는 것을 확인했다.

이러한 ‘닉테이션’은 생존과 번식에 이점이 있음을 실험적으로 증명함으로써, 다윈의 ‘종의기원’에서 제시한 종의 확산 과정을 세포학적으로 밝혀낼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이 교수는 "선충의 특정행동을 세포수준에서 밝혀내 신경네트워크가 어떻게 행동을 조절하는지, 개별 신경세포들 사이에서 어떻게 정보전달이 이루어지는지 종합적으로 밝혀내는데 중요한 단초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이 연구 결과는 신경과학분야 권위지인 '네이처 뉴로사이언스' 14일자에 게재됐다.


김수진 기자 sj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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