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내수시장 침체로 해외 판매를 강화하고 있는 현대자동차가 멕시코 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경제규모로 볼 때 성장 가능성이 크지만 현대차는 멕시코에서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현대차 고위 관계자는 15일 "해외 판매를 늘려야 하는 상황에서 신규시장 개척이 중요해졌다"면서 "가장 고민스러운 부분은 멕시코 시장"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현대차는 미국과 중국, 유럽, 인도, 브라질 등 전세계 주요 시장을 중심으로 실적을 올렸다. 하지만 올 하반기 접어들면서 내수 판매가 떨어지는 등 불황 조짐이 보이자 신규시장 개척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멕시코는 경제규모에 비해 신차 판매대수가 저조하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현대차의 시장 확대 '0' 순위에 올라 있다.

현대차가 멕시코에서 맥을 못 추는 이유는 수입차에 부과되는 높은 관세 때문이다. 수입차 관세가 무려 30%에 달한다. 현대차 고위 관계자는 "관세가 너무 높아 가격경쟁력이 약하다"고 말했다.

한국자동차공업협회에 따르면 멕시코의 신차 수입규모는 지난해 84만7905대로 2009년 보다 4만대 이상 늘었다. 2008년에는 100만대를 넘어서기도 했다. 올해는 9월까지 64만8000여 대가 판매된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현대차는 지난해 멕시코 시장에서 1만4448대를 판매하는데 그쳤다. 올해 1~9월 판매대수는 6198대에 머물렀다. 이 때문에 멕시코의 현대차 시장점유율은 1~2% 수준에 그치고 있다. 인근 국가인 미국의 현대차 시장점유율이 지난해 4%대에서 올해 5%대로 오른 것과 대조를 보인다.

현대차는 멕시코 시장 공략을 위해 본사와 미국 마이애미에 있는 중남미지역본부가 긴밀히 협업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내년부터 멕시코 시장 공략을 본격화한다는 목표를 일단 세운 상태다. 내년부터 멕시코의 수입차 관세가 20%로 낮아지는 점이 한 몫 했다.

현재 가장 유력한 방안은 현대차 미국법인에서 멕시코로 수출하는 것이다. 멕시코가 미국과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체결한 만큼 무관세 수출이 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회사 고위 관계자는 "미국 앨라배마 공장에서 생산한 차를 멕시코로 수출하는 것을 비롯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국내 완성차 업체 중 멕시코 수출이 가장 많은 업체는 한국GM이다. 한국GM은 지난해 현대차보다 2만대 많은 3만4736대의 자동차를 멕시코에 판매했다. 올해는 9월까지 3만1768대의 승용차를 수출했다. 차종은 아베오, 스파크 등 소형차가 주류를 이뤘다. 회사 관계자는 "GM이 미국회사라는 점이 멕시코 수출에 도움이 된 것 같다"고 분석했다.

기아차는 지난해와 올해 멕시코 수출 실적이 '0(제로)'다.

최일권 기자 ig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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