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조범자 기자]믿었던 '플랜B'가 속수무책으로 무너졌다. 아직 고지가 멀기만 한데 벌써 자원이 바닥났다. 조광래호가 갈수록 답답해지는 이유다.

8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노리는 FIFA랭킹 31위 한국 축구 대표팀이 FIFA랭킹 146위의 레바논에 굴욕적인 충격패를 당하면서 경기력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조광래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대표팀이 15일 오후 레바논 베이루트의 스포츠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중동의 다크호스' 레바논과 2014 브라질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5차전서 시종 무력한 경기를 펼친 끝에 1-2로 완패했다. 한국은 알 사디에게 선제골을 내준 후 구자철의 페널티킥으로 균형을 맞췄지만 아트위에게 또다시 페널티킥 골을 내주고 말았다.

이로써 이날 이기거나 비겨도 최종예선 진출을 확정지을 수 있었던 한국은 승점을 챙기지 못하고 무릎을 꿇었다. 한국과 레바논은 똑같이 3승1무1패(승점10)를 기록했지만 한국이 골득실(+8)에서 레바논(-2)을 앞서 B조 선두는 간신히 지켰다. 내년 2월29일 쿠웨이트와 마지막 6차전을 남겨 놓고 있는 한국은 이날 밤 11시30분 안방서 5차전을 치르는 쿠웨이트가 UAE에 패할 경우 최종예선 진출을 확정한다.

'플랜B'로 두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조광래호의 야심은 산산이 부서졌다. 조광래 감독은 컨디션 난조로 중동 2연전에 빠진 기성용과 지동원, 경고누적의 박주영을 제외하고 백업요원들로 선발진을 꾸렸다. 지난 9월 3차 예선 1차전서 6-0 완승을 거둔 레바논을 상대로 '플랜B'가 성공할 경우 최종예선 진출은 물론 그간 고민했던 '주전같은 백업 자원'들에 대한 갈증을 한 번에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UAE전서 결승골을 넣은 이근호를 원톱에, UAE전 후반 출전해 활기를 불어넣은 손흥민에겐 이근호의 뒤를 받치게 했다. 좌우날개는 이승기와 서정진에게 맡겼다. 새로운 실험이었다.

하지만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전반 4분 만에 실점한 한국은 물 먹은 솜마냥 무거운 움직임 속에 셀 수없이 많은 패스 미스를 남발했고 크로스의 정확도는 무디기만 했다. 전방으로 가는 킬패스는 찾아볼 수가 없었다. 화력은 덩달아 실종됐다.

조광래 감독은 후반 시작과 동시에 전방으로 날카로운 패스 연결을 하지 못했던 손흥민을 빼고 지동원을 투입했고 몸이 무거운 서정진 대신 남태희를 넣었지만 이 역시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이용래-홍정호' 시프트도 별무소용.

실패로 돌아간 '플랜B'는 조광래 감독의 어깨를 더욱 무겁게 했다. 최종예선 진출에 성공하더라도 본선까지 계속될 고단한 항해를 주전들에게 의지해야 하는 답답한 상황에 놓이기 때문이다. 주전과 실력 차가 크지 않은 백업요원들의 필요성을 역설했던 조광래 감독에게 레바논전이 한 줄기 희망이 될 것으로 기대했지만 오히려 더욱 큰 절망과 숙제를 안겼다.

과연 조광래호를 바라보는 답답함이 레바논전에서의 90분으로 끝날 지, 아니면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지 축구팬들의 아쉬운 탄식 소리가 더욱 커지고 있다.

스포츠투데이 조범자 기자 anju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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