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심의 지연.."연내 수입재개 없을땐 WTO 제소"

[아시아경제 고형광 기자] 우리나라와 캐나다 간 '쇠고기 수입 분쟁'이 재개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우리 정부와 캐나다 정부가 합의한 '캐나다산 쇠고기 수입위생조건(안)'의 국회 심의가 지연되면서, 합의때 약속한 '올해 내 수입 재개'가 사실상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지난 2003년 5월 캐나다에서 광우병이 발생하자 캐나다산 쇠고기 수입을 중단했다. 캐나다는 이후 세계동물보건기구(OIE)로부터 '광우병 위험 통제국' 지위를 받아낸 후 한국시장에 쇠고기 재개방을 요구했다.

양국은 그러나 각종 쟁점사안에 대한 이견으로 합의에 이르지 못했고, 결국 지난 2009년 4월 캐나다는 우리나라가 쇠고기 수입을 제한하고 있다며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했다.



WTO 제소 이후 양국은 협상을 지속해 결국 지난 6월28일 '캐나다산 쇠고기 수입위생조건(안)'에 전격 합의했다. 한국이 연내 캐나다산 쇠고기 수입을 재개하겠다는 내용이다. 캐나다는 합의 이후 WTO 패널 절차를 중단했지만, 자국산 쇠고기가 올해 안에 수입이 재개되지 않을 경우 WTO 패널 절차를 다시 밟겠다는 입장이다.

캐나다산 쇠고기가 올해 안에 수입되기 위해서는 국회 심의를 거쳐야 한다. 그러나 4개월이 지난 현재까지도 해당 상임위에서는 이 안에 대해 논의가 되지 않고 있다.

여야가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을 놓고 대립하고 있기 때문이다. 야당은 FTA를 처리한 후 '캐나다산 쇠고기 수입위생조건(안)'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국회 심의가 지연되는 동안 캐나다와의 약속 이행 시기는 한 달 앞으로 다가 왔다. 이 안이 국회를 통과하더라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고시, 수출작업장 승인, 검역증명서 서식 협의 등의 절차를 거쳐야 수입을 재개할 수 있다. 이같은 절차를 거치는데만 최소 1개월 이상이 소요된다. 이달 안에는 국회를 통과해야 캐나다와의 약속을 지킬 수 있다는 얘기다.

만일 국회 심의가 지연돼 '올해 안에 수입'이 재개되지 않을 경우 곧바로 WTO 분쟁 패널이 재개될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캐나다와의 쇠고기 분쟁이 재개돼 만약 우리나라가 WTO 분쟁 패널에서 패소할 경우 광우병 발생국을 포함한 유럽연합(EU) 국가들의 쇠고기 수입 요구가 크게 늘어난다는 점이다. 또 지난 6월 우리나라와 캐나다가 합의한 수입위생조건도 자동 폐기된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국회 본 회의가 오는 24일과 내달 2일, 8일 세 차례 남아 있다"며 "이 기간 안에 (캐나다산 쇠고기 수입위생조건(안))처리가 된다면 남은 기간 모든 수단을 동원해 수입이 재개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고형광 기자 kohk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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