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정준영 기자]부산저축은행에 감사 관련 자료를 빼돌려 건네주고 뇌물과 떡값을 받아챙긴 혐의로 구속기소된 이자극(52) 금융감독원 부국장급 검사역에게 실형이 선고됐다.

2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이원범 부장판사)는 부산저축은행그룹에서 1억여원의 금품을 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등으로 기소된 이씨에게 징역6년, 벌금800만원에 추징금 1억18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양형에 있어 “부실 금융기관을 감독해야할 금융감독원 직원으로서 오히려 감독대상으로부터 금품을 받아 금감원의 직무집행이 담보해야할 공정성에 대한 신뢰를 잃게 하고, 이로써 저축은행의 비리를 은폐해 결국 경영파탄에 이르게 한 데 따른 책임이 있다”고 봤다. 재판부는 이어 “다수의 서민에게 감당할 수 없는 크나큰 피해를 줘 국민경제에 해를 끼쳐 엄중처벌이 불가피하다”고 덧붙였다.

법원에 따르면, 이씨는 부산지역 신용금고 감독관으로 근무하던 1990년대말부터 부산저축은행그룹 임원들과 연을 맺고, 지난 2002년에도 금감원의 감사정보를 빼내 건네주는 대가로 1억원을 받았다. 이씨는 이 밖에도 명절마다 100만~200만원씩 떡값을 받아챙겨 공소시효 범위 내인 최근 5년간 받아 온 돈만 1800만원에 달했다.

이씨는 개인사업을 하는 처조카를 위해 담보도 없이 부산저축은행으로부터 3억2000여만원을 대출받게 해줬다, 이씨는 또 부산저축은행그룹의 계열은행에 대한 검사 과정에서 대출건전성을 허위로 분류돼 대손충당금이 134억원이나 부족한데도 이를 눈감아주고 178건 합계 439억원에 달하는 연체정보가 등록되지 않았음에도 이 또한 눈감아주도록 지시했다.

이씨는 또 금감원이 저축은행 감독업무 감사결과를 발표한 올해 3월보다 전인 작년 5월 부산저축은행의 자산건전성 분류 오류 및 프로젝트파이낸싱관련 불법대출 등에 대한 지적을 담은 대외비 질의서를 빼내 강성우(60·구속기소) 부산저축은행 감사에게 전달했다.

다만, 재판부는 저축은행에 대한 감사방법 및 부산저축은행그룹의 19개 특수목적법인에 대한 질의서 전달방법 등에 관한 이씨의 직무유기 혐의에 대해선 범죄의 증명이 없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정준영 기자 foxfu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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