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우지웨이(樓繼偉) CIC 회장(사진: 블룸버그)

[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한 국가가 강하고 균형 있는 성장을 하기 위해서는 수요가 창출 되야 하는데 이것은 개발도상국 뿐 아니라 선진국에도 해당되는 사항이다. 그렇다면 새로운 수요는 어디에서 나올까. 답은 인프라스트럭처 투자에서 찾을 수 있다. 중국이 여기에 깊게 관여하기를 희망한다."

중국 국부펀드 중국투자공사(CIC)가 유럽 부채 문제 해결에 '간접적(indirect)' 지원을 할 것이라고 밝힌 가운데 CIC가 영국을 시작으로 서방 선진국의 낡은 인프라 투자를 시작하기로 결정했다.

최근 영국을 방문해 인프라 투자에 대해 집중 논의를 한 러우지웨이(樓繼偉) CIC 회장은 28일자 파이낸셜타임스(FT) 기고문을 통해 "CIC는 투자자 자격으로 펀드매니저들과 팀을 구성하고 영국 인프라 부문 공공기관, 민간기업과 파트너십을 체결하는 등 영국 인프라 투자 참여에 관심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러우 회장은 "상업적 원칙을 근간으로 하는 CIC의 이번 투자가 모두를 '윈-윈(win-win)' 하는 해결책을 마련해 줄 것으로 믿고 있다"고 전했다.

러우 회장은 기고문에서 "유럽과 미국의 인프라 부문은 더 많은 투자가 절실한 상황"이라면서 그동안 해외 인프라 프로젝트에 '소극적'으로 참여했던 중국이 투자 주축으로 나서고 싶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그는 "중국 기업과 투자자들은 서방 선진국 인프라 건설을 지원할 뿐 아니라 직접 지분을 소유하거나 사업 경영을 원하고 있다"면서 "전통적으로 중국은 해외 인프라 프로젝트 투자에 주로 하청업체 자격으로 참여했지만, 지금은 직접 지분 투자를 하거나 프로젝트의 주축이 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CIC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4096억 달러의 자산을 운용하고 있다. 러우 회장의 서방 선진국 인프라 투자 결정 발언은 많은 중국 정치인들과 경제학자들이 3조2000억달러 외환보유고가 달러화 자산에 집중 투자돼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투자 포트폴리오를 더 다양화 할 필요성이 있다고 주장하는 가운데 나왔다.

외환보유고의 일부를 고위험, 고수익 투자에 적극 활용하고 있는 CIC는 2007년 설립 당시만 해도 해외 투자 초점이 금융부문에 맞춰졌었지만 최근에는 천연자원과 부동산 시장 등으로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CIC는 현재 투자 실탄을 대부분 활용하고 있으며 조만간 추가 투자 자금을 중국 정부로부터 공급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서방 국가들이 중국 국유기업의 거침없는 해외 시장 확장을 두려워하며 중국으로부터 투자를 받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고 있지만 러우 회장은 그나마 영국이 중국 투자자들에게 개방된 시장 환경을 갖고 있다고 진단했다.

러우 회장은 "영국은 세계에서 경제가 가장 개방된 곳 중 한 곳"이라면서 "영국 경제가 건전한 법적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 이미 많은 중국 기업들이 영국 시장에서 상당한 입지를 구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영국 정부는 영국 연금펀드와 중동, 아시아 지역의 국부펀드들이 도로, 철도, 항만, 공공주택 부문에 금융적 지원을 해 줄 것으로 기대해왔다. FT는 중국이 영국 인프라 투자 의지를 밝힌 상황에서 영국 정부 관계자들은 런던과 북잉글랜드를 연결하는 고속철 사업 투자에 중국이 깊은 관심을 갖고 있다고 귀띔했다.

FT는 오스본 영국 재무장관이 축 늘어진 영국 경제를 끌어 올리기 위해 300억파운드 규모 신규 인프라 프로젝트 자금 조달을 원하고 있으며 29일 행할 추계 경제 연설에서도 이 문제를 핵심 이슈로 다룰 것이라고 전했다.

앞서 왕젠시(汪建熙) CIC 부사장은 25일자 블룸버그통신을 통해 "중국이 유럽 부채 문제 해결을 돕는다면, 그 지원은 주요 창구를 통해서가 아니고 간접적인 방법을 통해서일 것"이라면서 CIC의 유럽 투자 가능성을 언급했었다.

왕 부사장은 "유럽에는 좋은 투자 기회가 많다"면서 "투자 회사로서 CIC는 통제할 수 있는 수준의 위험과 합리적인 수익률을 가져다 줄 투자처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박선미 기자 psm82@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