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희준 기자]　루피화 가치 하락의 유탄을 수십 개 인도 기업들이 맞았다. 달러표시 전환사채를 발행해 값싸게 자금을 조달했는데 루피가 하락하면서 달러로 상환해야 할 부담이 급증한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30일 애널리스트의 경고를 인용해 지난 몇 달간 달러화에 대한 루피화 가치 급락으로 달러표시 전환사채를 발행한 수십 여개의 인도 기업들이 부채 상환부담에 시달리고 있다고 전했다.
　국제신용평가회사인 스탠더드앤푸어스(S&P)의 인도 자회사 크리실(Crisil)에 따르면 인도기업들이 내년 3월 말로 끝나는 2011회계연도에 만기를 맞는 외화표시 단기 회사채는 160억 달러에 이른다. 이중 대부분은 달러표시 회사채라고 FT는 지적했다.
　타타자동차,수즐론 에너지, 릴라이언스커뮤니케이션스 등이 앞으로 1년 동안 상당한 금액의 달러표시 사채 만기를 맞는 기업들에 포함돼 있다고 FT는 전했다.
　FT는 이어 가장 흔한 형태의 회사채는 외화표시 전환사채로 만기시 주식지분으로 전환하거나 전액 상환하면 돼 2005~2008년 사이 주가가 높았던 당시 인도 기업들이 애용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인도의 주가는 지난 해 11월 2만1000으로 꼭지점을 찍은뒤 1만599.11로 약 20%하락했다. 투자자들이 주식으로 전환하기보다는 상환을 요구할 공산이 높아진 대목이다.
　릴라이언스의 주가는 올들어 50%가 하락했고 수즐론은 57% 떨어졌다.타타자동차는 무려 86%나 하락했다.
　더욱이 달러화에 대한 루피화 가치는 올들어 14%이상 하락하는 등 지난해 7월 말 최고치 이후 17%나 떨어졌다.22일 루피는 달러당 52.02루피로 사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루피를 달러로 바꿔 전환사채 투자금을 상환하려면 그만큼 루피를 더 줘야 한다는 뜻이 된다.
　인도 델리의 증권사인 SMC글로벌 시큐리티즈의 한 전략가는 "인도 기업은 값싸게 외화자금을 조달했으나 달러화 익스포저(위험노출)에 대한 헤징을 하지 않은 탓에 '시한폭탄' 위에 앉아 있는 형국"이라고 말했다.
　기업들은 상환에 큰 어려움이 없다며 디폴트(지급불능)가능성을 일축하고 있지만 점점 많은 애널리스트들이 상환능력을 의심하고 있다고 FT는 덧붙였다.

박희준 기자 jacklondon@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