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정재우 기자]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기관투자가의 의결권 행사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의결권 자문시장 활성화를 꾀하고, 시장을 통한 합리적 의결권 행사관행이 정착돼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1일 한국거래소 국제회의장에서 한국기업지배구조원(CGS) 주최로 열린 '수탁자 자본주의와 주주권' 국제 심포지엄 축사에서 "국내 기관투자가들은 의결권 행사를 통한 실질적 주주권 행사가 아직 미약한 수준이다"라면서 "법적,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기업 경영 활동을 규제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산운용사의 의결권 행사비율이 97%에 달하지만, 반대 의견으로 행사하는 비율은 1%에도 못 미친다"며 "국민연금의 반대비율도 5%대에 머물러 기업에 대한 기관투자가의 실질적 감시 기능이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미국 엔론의 사례를 들어 분식회계와 공시제도 위반, 과도한 경영권 보호, 이사회의 독립성 부실 등의 문제가 한 기업의 성장이나 생존 여부에 그치는 문제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기업 지배구조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으면 그 기업의 존립뿐 아니라 실물 경제의 안정적 성장까지도 해칠 수 있다는 것.

그는 "소액 주주가 기업의 경영 활동을 감시하기는 어렵다"며 "일정 수준의 정보력과 자금력을 갖춘 기관투자가들이 책임과 역할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금융사 경영개선과 관련해 법령을 통해 경영진과 대주주에 대한 이사회 감시기능, 리스크 관리기능을 개선토록 할 것"이라며 "임원 보수와 자격에 대해서도 적절한 규제장치를 도입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행사에는 이헌재 전 재정경제부 장관 겸 부총리도 기조연설자로 참석했다. 이 전 부총리는 "특수관계인과의 불공정한 내부거래를 방지하고 부적절한 경영권 승계를 억제하는 것이 한국 기업지배구조 개혁의 핵심 과제"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주식시장의 기관화로 시장을 사실상 지배하고 있는 기관투자가의 역할이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기관투자가들이 이사의 선임, 이사회 결정, 정보공시, 경영권 승계 등 중요한 기업 행위의 적합성에 대해 감시하고 적극적으로 의견을 표시하는 관행을 만들어 나갈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특히 자본주의와 주식회사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시장과 정부의 상호보완적 기능이 요구된다고 덧붙였다.

이 전 부총리는 "우리나라는 선진국과 달리 기업의 불법행위에 대한 입증책임을 피해자에게 지우고 있어 구제가능성이 지나치게 낮다"며 "정부 스스로 시장의 기능을 강화하는 노력에 더해 징벌적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재우 기자 jj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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