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은 든든한 노후생활의 버팀목이다. 특히 정부 주도의 국민연금만으로는 안정된 노후생활을 담보할 수 없기 때문에 개인연금 영역의 연금저축이 많은 관심을 끌고 있다. 특히 연말을 맞아 연말정산에 도움이 되는 연금저축에 대한 관심은 그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

정부가 거의 유일하게 세제혜택을 주는 개인연금(연금저축)에 가입한 근로자는 24.7%(2009년 기준, 과세대상 근로자) 밖에 되지 않는다. 거의 4명 중 3명에 달하는 근로소득자들이 세제혜택을 외면한 채 세금을 더 내고 있다는 것이다.

개인연금은 연금 상품의 수익 외에도 소득공제로 인한 수익률 상승효과까지 겹쳐 요즘같은 저금리 시대에는 보기 드문 고수익 상품이다. 하지만 위의 결과처럼 근로소득자 대부분이 개인연금 제도에 대한 몰이해와 무관심으로 챙길 수 있는 혜택을 제대로 누리지 못하는 셈이다.

운용만 잘하면 최대 154만원까지 절세 효과
12월 들어서면서 금융뉴스마다 연금저축에 대한 얘기가 매일 오르내린다. 그 이유는 올해 바뀐 연말정산 방식 때문이다. 올해 정부는 연말정산에서 연금저축상품 소득공제 한도를 인상했다. 기존 연금저축상품에 대한 공제한도가 300만원에서 400만원으로 늘어났다. 은행, 보험, 증권에서 판매하고 있는 연금저축상품을 모두 합쳐 400만원까지 소득공제가 된다는 뜻이다.

소득공제 혜택이 줄고 있는 가운데 연금저축상품의 소득공제 혜택이 늘어난 이유는 전 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고령화 문제에 대비해 우리나라도 은퇴 이후 노후생활에 대해 개인 차원의 준비를 좀더 하도록 배려한다는 정책 의도가 담겨 있다.

분기별 300만원 한도 내에서 1년에 400만원까지 100% 소득공제가 되므로 개인소득에 따라 최저 26만4000원에서 154만원까지 세금을 절약 할 수 있다. 예금이자와 비교하면 매우 높은 수익률(6.6%~ 38.5%)이다.

이처럼 연말정산에서 연금저축에 대한 공제한도가 늘어나면서 개인연금에 대한 중요성이 더욱 커졌다. 개인연금을 어떻게 활용하는가도 주요 관심사로 떠올랐다. 특히 정부에서 주도하는 국민연금으로 노후 대비가 제대로 되지 않는 점을 감안한다면 개인연금의 가치와 중요성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마음에 들지 않을 땐 ‘갈아타기’도 가능
연금계획은 어떻게 세워야 할까? 대답은 연초부터 적립 계획을 세우라는 게 금융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연말정산을 위해 해마다 400만원 소득공제를 채우려면 매달 33만3000원씩 적립해야 하지만 일반 직장인은 대부분 생활비와 자녀 교육비 등 고정으로 나가는 비용이 정해져 있어 적잖이 부담이 되는 금액이다.

따라서 큰 걱정없이 한도를 채우려면 연초부터 생활에 부담이 가지 않는 선에서 매달 적립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 때 부족한 금액은 보너스 등의 목돈을 활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만약 가입한 개인연금이 마음에 들지 않거나 자산배분이 필요하면 갈아타기를 할 수 있을까? 개인연금은 금융기관 이동이 가능하다. 보험회사에서 연금을 가입했다가 은행의 연금저축이나 증권의 연금펀드로의 이동도 가능하다. 연금펀드는 대부분 전환형이어서 하위 펀드간 이동이 쉽다. 또한 주식형, 혼합형, 채권형 펀드 등으로 이동이 가능해 라이프 사이클이나 시장 상황에 맞게 자산을 관리 할 수 있다.

하지만 연금 지급방식 등 금융 소비자들의 올바른 이해가 필요한 대목도 있다. 개인연금은 상품에 따라 연금지급 방식이 다르다. 연금보험의 경우 상속형, 확정형, 종신형 등 세 가지 연금지급 방식이 있다.

확정형은 일정 기간을 두고 원금, 이자를 나눠 지급하는 방식이고 상속형은 원금을 보전하면서 이자만 지급하는 방법이다. 종신형은 보험가입자가 사망할 때까지 연금을 지급하는 상품이다. 보험가입자는 이 세 가지 방식 중 하나를 연금 수령 개시 시점에 선택하면 된다.

연금수령 시기는 분산하는 게 바람직
연금펀드는 투자 실적에 따라 연금 지급액이 달라진다. 매달 일정한 연금을 수령하면 투자 수익률이 나쁠 때는 수령 기간이 짧아지고 좋을 때는 오랜 기간 수령이 가능하다. 연금 수령기간을 확정하면 투자 수익률에 따라 매달 수령하는 연금이 달라지는데 현재 시중에 나와 있는 연금펀드가 대부분 이에 속한다.

때문에 가입자들은 연금 수령시기를 분산하는 것이 좋다. 개인연금이든 공적연금이든 국민연금과 같이 수령하는 연금에 대해서는 연금소득세가 붙는다. 모든 연금을 한꺼번에 받게 되면 그만큼 세금부담이 커지게 되는데, 이 경우에는 연금 수령 시기를 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보통 공적연금은 60세가 넘어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개인연금은 55세부터 5년 이상만 연금으로 수령하면 되고 은퇴자라면 개인연금으로 먼저 5년간을 소득 공백기를 메우고 그 후에 국민연금을 받는 것이 더 낫다.

그렇다면 이렇게 해서 되돌려 받는 돈은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당연히 재투자가 제일 바람직한 대안이다. 보통 직장인들이 연간 400만원을 개인연금에 불입하게 되면 연말정산 때 약 66만원을 돌려받을 수 있다. 매달 나누어 넣어야 할 금액이 33만원 정도라고 가정할 때 역 두 달 치의 적립액이 생기는 셈이다. 연말정산 환급금을 이렇게 개인연금에 재투자 하면 적립금 부담이 적어진다. 또한 투자수익이 배가 될 수 있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누릴 수 있다.

10년 이상 장기상품 중도해지 땐 손해 막심
그러나 개인연금이 꼭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통상 개인연금은 장기성 금융상품으로 10년 이상을 가입해야만 소득공제 혜택을 유지할 수 있다. 만약 중도에 해지한다면 그동안 받은 공제금액+소득세(22%)+해지가산세(2.2%)를 함께 물어야 하기 때문에 손실이 상당히 크다.

따라서 개인연금은 중도 해지 없이 유지해야 하므로 첫 가입 시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우선 당장 올해 좀 여유가 있다고 연말정산 환급을 위해 충동적으로 가입할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자칫 잘 못하다가는 환급액 보다 더 큰 손해를 보거나 재테크 전략에 차질을 빚을 수도 있으므로 충분히 숙고한 후에 가입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이코노믹 리뷰 한상오 기자 hanso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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