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종목이 좋을까요?”
증권사에 몸담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장 많이 접하게 되는 질문이다. 객장을 방문한 고객, 오래 전부터 알고 지내는 지인이나 동창, 심지어 처음 인사를 나눈 사람으로부터도 이 질문을 듣게 된다.

딱한 것은 이 질문을 접하는 장소가 객장이나 투자설명회 등에 국한되지 않고 장례식장, 결혼식, 동창회 등등 지극히 사적인 공간에서도 쏟아진다는 점이다. 이 질문은 장소뿐 아니라 시간도 가리지 않는다. 늦은 밤의 선술집 흐릿한 조명 아래서도, 새벽녘 골프연습장의 레인 위에서도 쏟아진다.

재테크의 생활화이고 투자의 일상화가 빚어낸 풍경이다. 저축하듯이 건전하게 주식에 투자한다면 기업들의 안정적이고 건전한 자금 조달이라는 주식시장 본래의 취지와도 부합하며 ‘누이 좋고 매부 좋은’ 훌륭한 재테크가 될 텐데 금방이라도 도박판에 뛰어들 기세로 어느 종목이 유망하냐고 물어보니 사실 대략난감이다.

주가를 결정하는 변수는 대략 500여가지에 달한다. 파편화한 개인투자자들로서는 이 모든 변수를 아우르는 것은 불가능하다. 때문에 유망종목을 귀동냥이라도 하려고 찾아 헤매는데 사실 대한민국 주식시장의 코스피200에 이름을 올린 회사들은 모두 뛰어난 회사이자 우량 종목이라 할 수 있다.

어줍잖은 인재들은 이력서조차 낼 수 없을 정도로 훌륭한 회사들이고 글로벌 코리아를 이끄는 대단한 기업들이다. 따라서 “어떤 종목에 투자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해답은 이 회사들의 주식에 투자한다면 크게 낭패 보는 일은 없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뭔가 알 수 없는 찜찜함이 고개를 든다. 이들 우량종목에 투자한다면 모두 대박이 나야 할 텐데, 모니터의 종목 시세를 응시하는 현실 속의 투자자들은 암울하기 그지없다.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여기서 우리는 투자자들이 마음속에 꼭 새겨두어야 할 소중한 지침을 얻게 된다. 종목 선정이 문제가 아니라 매매 시점이 문제라는 것이다.

시가총액 1위 종목인 삼성전자 주식을 살펴보자. 삼성전자는 월드클래스 반열에 드는 대단히 훌륭한 회사다. 최고의 기술에 기반 한 매력적인 상품 라인업과 브랜드 파워, 세계 시장을 선도하고 경쟁사를 압도하는 가격 결정력 그리고 막대한 영업이익 등 우량기업의 조건을 모두 충족시킨다.

이 종목의 올 한해 주가 추이를 보면, 연초 약 100만원에 시작한 주가는 쉬엄쉬엄 하락하며 8월에는 67만원의 연중 최저가를 기록했다. 그러다가 불현듯 정신을 차리기라도 한 것처럼 3개월 정도가 지난 며칠 전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고작 1년 만에 이 종목은 거의 V자 형태의 만곡을 그리며 드라마틱한 하락과 상승을 보여준 셈이다.

하락과 상승폭을 더할 경우 거의 60%에 이르는 진폭을 나타낸 셈인데 그 기간 동안 이 회사의 기업가치가 크게 훼손되거나 반대로 크게 신장된 것이 있었던가? 100만원대의 삼성전자는 훌륭한 기업이고 67만원대의 삼성전자는 별 볼일 없는 기업이라고 할 수 있는가?

이 상황을 각 투자자의 입장에 투영하여 살펴보자. 삼성전자 주식을 연초 100만원대에 매입해 7개월에 걸친 하락세를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67만원대에 처분한 투자자에게 있어서 삼성전자는 30%가 넘는 투자 손실을 끼친 아주 나쁜 종목이다. 반대로 67만원대에 매입해 사상 최고가에 매도한 투자자에게 삼성전자는 가슴 떨릴 만큼 고맙고 그저 로고만 봐도 흐뭇한 종목이 된다.


이러한 극명한 차이를 가져오는 것은 결국 종목 선정이 문제가 아니라 바로 매매 시점이 문제임을 절실하게 가르쳐 준다. 이는 종목 선정이 중요하지 않다는 말이 아니라 매매 시점이 더 중요하다는 말이다. 나아가야 할 때와 물러날 때를 아는 것은 인간관계뿐만 아니라 투자의 세계에서도 대단히 중요한 자질이다.

박진열 HMC투자증권 북울산지점 지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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