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H OST룸에서는 넓은 공간에서 다양한 퍼포먼스 또는 신체활동이 가능하다. CVI팀원들이 화이팅을 외치며 뛰어 오르고 있다.[사진:이코노믹리뷰 이미화 기자]

최근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가치를 내세우고자 하는 기업들을 중심으로 독특한 공간으로 탈바꿈한 사무공간이 국내 기업에서도 속속 선보이고 있다. 회사는 일만하는 곳이라는 고정관념에서 탈피해 놀이와 일이 공존하는 새로운 공간으로 진화하는 모습이다. 직원들에게 창의력을 심어주고 창의적인 기업문화를 조성해 나가고 있는 기업들을 알아봤다.

‘회사 사무 공간은 그 조직이 내세우는 가치를 반영한다.’ 포춘 500대 기업과 함께 세계 일터 연구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미국 코넬대 프랭클린 베커 교수의 말이다.
얼마 전 타계한 스티브 잡스는 생전에 우주선을 닮은 애플 신사옥 ‘애플 캠퍼스’ 건설을 계획했다.

4층의 통유리 건축물로 멀리서 보면 마치 우주선이 착륙한 것과 같은 모양이라는데 상상만 해도 재밌다. 애플 직원들은 매일 아침이면 출근한다는 생각보다는 우주선 타고 미지의 세계로 여행간다는 기분이 들것이다. 과연 생전에 혁신과 창조의 아이콘이었던 스티브 잡스가 세운 애플이란 기업이 추구하는 가치가 제대로 엿보이는 대목이다.

KTH ‘OST룸’ 마음을 열고 자유롭게 토론한다
국내에서도 애플처럼 IT기업들을 중심으로 창의적인 기업문화의 정신이 사무공간을 통해 구현되고 있다. 스마트 모바일 기업 KTH는 회의실에 창의성을 불어넣었다. 고정관념을 탈피한 새롭고 창의적인 아이디어 발굴을 위해 이색 회의실 ‘OST룸’을 만든 것이다. OST란 ‘Open Space&Talk’의 약자로 열린 공간에서 자유롭게 대화와 토론을 하라는 의미다.

직원들의 창의력을 자극할 수 있도록 노란색 페인트칠이 돼 있는 이 회의실에서는 아이디어와 관련된 모든 다양한 활동이 가능하다. 브레인 스토밍이나 회의 중에 아이디어가 생길 때마다 화이트 보드가 부착된 벽면에 자유롭게 메모나 낙서를 할 수 있도록 했다. 이 방엔 몇 가지 원칙이 있다.

1.웅진코웨이 오락실 2.포스코ICT의 좌석예약시스템 3. 그루폰코리아 사내행사.

우선 자유로운 사고를 위해 책상을 들여놓지 않는다. 회의 참여자들은 수첩이나 노트북을 소지하지 않고 맨손으로 회의실에 입장한다. 지정된 좌석은 없다. 다만 원활한 대화와 소통을 위해 미국 출신의 세계적 경영컨설턴트인 해리스 오웬의 ‘오픈 스페이스 테크놀로지(Open space technology)’ 기법을 차용하고 있다.

이 방식은 간담회 진행시 둥글게 원으로 모여 열정과 책임감을 갖고 참여하는 방식이다. 아이디어를 내놓기 위한 브레인 스토밍 과정에서는 자유분방하게 참여하되 비판이 금지되고 질문의 질보다 양을 추구하고 타인의 아이디어에 대한 의견을 덧붙이면서 진행해 나간다.

지난 7월 OST룸 개방과 동시에 직원들 사이에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김대기 KTH CVI(고객가치혁신서비스담당)팀 과장은 “딱딱한 분위기에서 자료를 가지고 회의를 하다보면 이미 각자 또는 각 부서가 결론을 정해두고 논쟁을 벌이기 때문에 결론도 안 나고 토론도 격해진다”며 “반면 OST룸에서 회의를 할 때는 사전 준비 없이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의견을 개진하기 때문에 조금 더 깊이가 있거나 허심탄회하게 소통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KTH가 이렇게 OST룸을 마련하게 된 데는 ‘Basic, Chorus, Detail’이라는 핵심가치를 즐거운 일터 구현의 기본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Basic은 열정과 주인의식, Chorus는 즐거운 하모니와 축제, Detail은 프로페셔널리즘과 장인정신을 뜻한다.

조태종 KTH 기업문화팀장은 “IT기업 처럼 프로젝트 형태로 운영되는 회사에서는 일반적 팀제 회의실보다 빈번하게 커뮤니케이션하고 자유롭게 회의할 공간이 필요하고 이런 추세는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며 “혁신적인 사고와 창의성이 ‘킬러앱’ 개발의 원천이라는 판단 아래 이 같은 공간을 마련해 푸딩카메라·푸딩얼굴인식·아임IN 등 다양한 히트 앱을 개발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LG전자 ‘오아시스 캠프’ 창의와 자율을 지원한다
LG전자도 지난 8월 아이디어를 자유롭게 공유하고 토론이 활발하게 이뤄질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는 직원들의 요구에 부응해 여의도 트윈타워 서관 33층에 아이디어 공작소를 오픈했다.

LG전자 ‘오아시스캠프’.

사내 공모를 통해 ‘창의(Originality)와 자율(Autonomy)을 바탕으로 우리들만의 이야기(story)를 만들어 가는 독립(Independence)된 공간(space)’이라는 뜻의 ‘오아시스 캠프’로 이름 지었다. 공간은 한꺼번에 100명까지 수용할 수 있는 크기로 사용 목적에 따라 3개 구역으로 구성됐다. 한강이 한 눈에 보이는 곳에 편한 소파와 테이블이 마련됐으며 간단한 다과를 즐길 수 있도록 고급 커피머신과 냉장고, 광파오븐 등도 준비됐다.

회의실 벽은 40여개의 조립식 쿠션으로 채워 회의 참석자들이 자유롭게 팀을 꾸릴 때마다 위치를 옮길 수 있도록 했고 책걸상과 소파, 회의실 칸막이도 이동이 가능해 분임토의와 대단위 회의가 자유자재로 진행할 수 있게 구성했다.

또한 화이트 보드를 통해 회의 성과물을 구체화할 수 있도록 했다. LG전자는 오아시스캠프를 활용해 연간 수억원의 회의 비용을 줄이고 보안도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LG관계자는 “단순히 캐주얼하게 일하는 것이 아니라 창의와 자율이라는 문화적 기반에서 독한 실행을 거쳐 성과를 내기 위한 공간”이라며 “빠르고 강한 문화뿐 아니라 똑똑하게 일하는 문화(smart)를 체질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포스코 ‘포레카’ 휴식통해 두뇌를 자극한다
기업문화를 창의적으로 조성하기 위한 각 기업의 노력은 단순히 회의 공간만 개선하는데 그치지 않는다. 직원들에게 일상의 여유와 휴식을 제공해주는 휴게실과 오락공간을 의도적으로 조성하거나 다양한 직원 대상 이벤트와 행사를 개최하는 경우도 많아지고 있다.

엔지니어링, 오토메이션, 시스템통합, IT아웃소싱 서비스를 비롯해 LED, 스마트 그리드, U-Eco City 등 그린사업을 하고 있는 포스코 ICT의 창조적 놀이방인 ‘포레카’가 대표적이다. 포레카는 포스코와 유레카(알았다는 뜻의 그리스 어)를 합성한 말로, 합직원들의 창의력을 발휘하기 위해 판교 사옥 3층에 450㎡ 규모로 조성됐다. 보드 게임방과 미디어 감상실은 물론 안마의자까지 설치해 적절한 휴식과 두뇌 자극을 통해 직원들의 창의력이 발휘 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포스코 ICT는 또 변동좌석제를 도입해 개인별 고정좌석을 모두 없앴다. 직원들이 원하는 자리를 자유롭게 선택해 협업을 할 수 있고 외근·휴가·파견 등으로 인해 발생하는 빈자리를 효율적으로 활용하도록 하고 있다. 이를 통해 사무공간에서 불필요한 공간을 20% 이상 줄이는 한편 여유 공간은 직원의 소통을 위한 아이디어 및 창의력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포스코ICT 관계자는 “직원들이 창의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일하는 방식, 환경을 변화시키고 일상화해 기업문화로 정착시켜나가 행복한 일터를 만들고자 한다”며 아이디어 및 창의력 공간 마련의 취지를 설명했다.

웅진코웨이 ‘신기문화’ 신입사원들의 기를 살려라
웅진코웨이 역시 사무 공간 곳곳에 재미 요소를 더해 신바람 나는 기업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웅진코웨이는 지난해 초 이전한 중구 순화동 중앙일보빌딩 13층을 직원들의 놀이터로 조성했다. 휴게실을 도서실로 꾸며 책장에 다양한 도서와 만화책을 구비했다. 휴게실 다른 한쪽엔 미니골프연습장과 탁구대, 오락실 게임기와 닌텐도 위 등을 설치해 직원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웅진코웨이는 또 ‘신기충전방’이라는 마사지실과 각 층마다 안마의자를 설치해 직원들이 이용하도록 하고 있다. 마시지실은 시각장애인을 정직원으로 채용하고 있어 고용과 직원의 건강을 모두 챙기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두고 있다.

웅진코웨이의 이 같은 기업문화는 이 기업만의 독특한 조직인 ‘신기나라운동본부’에서 나온 아이디어를 현실화 한 것이다. 신기나라운동본부는 신입사원 7명과 홍준기 사장이 한 달에 한 번씩 회의를 통해 아이디어를 모아 사무실 현장에 적용하는 일을 담당한다. 신입사원들은 대리로 승진하면 자동 탈락되는 것이 원칙이다. 끊임없이 젊은 피를 수혈 받아 젊은 조직문화를 이끌어가기 위한 하나의 전략이다.

신기문화는 웅진코웨이의 독특한 문화로 신나게 일하는 사람이 창의력과 도전으로 탁월한 성과를 창출할 수 있다는 발상에서 비롯됐다. 웅진코웨이는 이런 창의적 오간 조성으로 직원들의 업무 효율을 높여 12년 연속 최대 매출과 영업이익을 달성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홍준기 사장은 “기업문화란 월급이 인상됐을 때 한 달 만 다니기 좋은 회사가 아니라 매월, 매일 일하는 것이 즐겁고 재밌는 회사를 말한다”며 “제도적으로 정착시킬 수 있는 좋은 아이디어를 많이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옥서 할로윈파티부터 스탠드형 작업공간까지
그밖에도 창의공간으로 직원들의 사기를 높이고 다양한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하는 기업들이 더 있다. 소셜 커머스 기업 그루폰코리아는 매일 밤 12시를 기준으로 200여개 이상의 새로운 상품을 선보여야 하는 업무 특성상 각 부서 간 유기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중시해 개인 간 파티션을 없앴다. 또한 직원들 간 친목을 다지고 활기찬 사내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지난 10월 사옥에서 할로윈데이 파티를 진행하기도 했다.

NHN도 직원들이 최신 전자기기와 지식을 가장 먼저 체험할 수 있는 신지식 경험 공간, N터치존 등을 조성해 놓고 있다. ‘젤라토 매니아’ 등 히트 앱을 개발한 바닐라 브리즈는 수평적 조직과 열린 기업문화를 만들기 위해 서서 일할 수 있는 스탠드형 작업공간을 도입하기도 했다.

이들 기업의 한 관계자는 “긍정적이고 창의적인 기업문화 조성은 업무의 효율성을 높일뿐 아니라 직원들 간 결속력을 강화해 장기적인 시선으로 회사와 비전을 함께하는 직원들을 육성하는데 매우 중요하다”며 회사 내 창의적 공간과 기업문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코노믹 리뷰 김은경 기자 keki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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