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상미 기자]#.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수시모집 특기자 전형에서 우선선발로 합격한 대구 A고교 3학년 B군은 수능을 잘 봤음에도 원하는 의대에 원서조차 쓸 수 없는 상황이다. 수시모집에 이미 합격한 학생들은 정시모집에 아예 지원할 자격을 주지 않기 때문이다. 원칙적으로 B군이 의대를 가기 위해서는 올해 대입을 포기하고, 재수를 선택하는 수밖에 없다.

#. 일산 C고교 3학년 D군 역시 수능 만점을 받고도 서울대 수시모집 합격자 발표까지 마음을 졸여야 했다. 이미 다른 대학들의 수시모집에도 합격한 상태라 서울대 수시모집에서 떨어져도 정시 지원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처럼 수시모집에 이미 합격한 학생들 중에는 수능성적이 너무 잘 나와서 오히려 대입에 불이익을 보는 경우도 생기고 있다.
　
사정은 이렇다. 지난해에는 수능 시험이 어려워 수시모집에서 '수능 최저 학력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해 떨어지는 경우가 속출한 반면, 올해는 수능이 상대적으로 쉬워져 수능을 잘 본 학생들이 자신의 수능점수로 갈 수 있는 대학에 지원하지도 못하는 경우가 발생한 것이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회장 김영길 한동대 총장)는 이런 상황을 두고, 원칙적으로 수시모집 합격자는 정시에 지원할 수 없기 때문에 수시모집에 지원하는 단계부터 소신 지원을 해야 한다는 점을 누누이 강조해 왔다는 입장이다.
　
수험 기회의 형평성을 고려해 수시 합격자의 정시 지원을 일괄 금지해왔다는 것이다. 다만 올해까지는 새로 생긴 수시모집 미등록자에 대한 충원제도로 인해 최초 합격자가 아닌 추가 합격자에 한해서는 등록거부 의사를 밝히면 정시모집에 지원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내년부터는 이마저도 어렵게 된다. 대교협이 '2013학년도 대입기본전형 계획'을 통해 내년부터 수시 추가합격자를 포함해 모든 수시모집 합격자는 정시에 지원할 수 없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이상미 기자 ysm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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