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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철인 박태준, 그 정신은 살아있다

최종수정 2022.04.21 18:34 기사입력2011.12.14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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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왕'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이 어제 타계했다. 4선 의원에 총리를 지낸 정치인이기도 했지만 '산업의 쌀'인 철강산업을 일으킨 기업인으로 더 알려진 인물이다. 1968년 제철소 건설에 필요한 자금 조달과 기술 제휴가 난관에 부닥쳤을 때 대일청구권 자금 전용과 일본 기술 도입으로 발상을 전환한 것도 그였다. 1978년 중국 최고 실력자 덩샤오핑이 이나야마 요시히로(稻山嘉寬) 신일본제철 회장에게 "중국에도 포항제철 같은 제철소를 지어 달라"고 하자 "중국에는 박태준이 없지 않느냐"는 대답을 들었을 정도다.
 
박 회장의 기업가정신은 '우향우 정신'으로 통한다. 다들 안 된다던 제철소 건설에 실패하면 모두 현장사무소에서 우향우 해 영일만 바다에 몸을 던지자는 불굴의 정신력을 일컫는다. 제철보국(製鐵報國)과 '무엇이든 세계 최고가 되자'는 신념으로 불모지였던 철강산업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포스코가 없었다면 오늘의 무역 1조달러 달성이나 조선업의 세계 1위 등극도 불가능했을 것이다.
 
그는 불량 시공을 절대 허용하지 않는 완벽주의와 청결한 환경에서 최고의 제품이 나온다는 공장 관리 원칙 '목욕론'으로도 유명하다. 1977년 3기 발전설비 공사에서 부실이 발견되자 현장 책임자들이 모두 지켜보는 앞에서 공정이 80% 진행된 구조물을 폭파시켰다. 몸을 깨끗하게 유지해야 정리정돈 습성이 생겨 안전의식이 높아지고 제품 관리도 잘한다고 믿는 박 회장은 제철소 건설 초기부터 현장에 샤워 시설을 갖추도록 했다.
 
포스코의 성공신화 못지않게 기업인 박태준을 돋보이게 한 것은 소유와 경영의 분리에 대한 신념이다. 그는 포스코 회장 재임 시절은 물론 퇴임 뒤에도 포스코 주식을 단 한 주도 갖지 않았다. 그리고 미래를 내다보는 눈으로 포스텍을 세워 대학의 역사를 새로 썼다.
 
야성적 충동에 기초한 기업가정신이 사라진 지금, 시대는 열정과 강한 추진력으로 상징되는 '박태준 정신'을 필요로 한다. 창업에 도전하는 젊은 예비 기업가들에게 특히 그렇다. 영세기업과 자영업자에게 맡겨야 할 빵집ㆍ떡집에까지 손을 뻗어 쉽게 돈을 벌려는 대기업과 재벌가 2ㆍ3세들도 새겨야 할 것이다. 철강왕은 떠났지만 그가 남긴 정신은 모든 경제인의 마음속에 불씨가 되어 계속 타오르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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