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혜정 기자]야생 멧돼지를 먹은 마을 주민이 기생충에 집단 감염된 사례가 보고됐다.

15일 오명돈 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팀은 지난해 말 경기도의 한 마을에서 야생 멧돼지 고기를 먹은 뒤 열과 오한, 근육통 등의 증상으로 병원을 찾은 51세 여성을 비롯한 마을 주민 11명을 조사한 결과, 이들 모두 '선모충증'으로 진단됐다고 밝혔다.

선모충증으로 처음 진단받은 이 환자는 열과 오한, 근육통 등의 증상으로 인근 병원을 찾았으나 혈액검사와 흉부 엑스레이 등 각종 검사를 통해 원인을 찾아내지 못했다. 그러는 사이 식욕도 떨어지고 눈 주위가 부어올랐다. 계속되는 열의 원인을 찾기 위해 서울대병원을 방문했고, 각종 검사 끝에 기생충 감염이 원인임을 알게 됐다.

조사 결과 이 마을 주민 20여명은 지난해 11월말 강원도에서 사냥으로 잡은 멧돼지를 육회로 만들어 나눠 먹었다. 이들 모두 열과 오한, 근육통, 복통, 설사 등 다양한 증상을 호소했고, 검사 결과 선모충증에 걸린 것으로 확인됐다. 환자 가족들이 집 냉동고에 얼려뒀던 남은 멧돼지 고기에서도 선모충의 유충이 다수 발견됐다.

선모충은 회충의 일종으로, 주로 돼지고기를 덜 익힌 상태로 먹을 때 감염된다. 멧돼지, 오소리, 개, 쥐 등에도 기생하며 이런 동물들을 날로 먹을 때도 감염 가능성이 있다. 선모충증은 주로 유럽과 북아메리카 등에서 보고된다. 국내에서는 1997년 오소리를 먹은 후 집단 발병한 사례가 처음 있었고, 현재까지 3번의 감염 사례가 보고됐다.

오명돈 교수는 "선모충증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돼지고기 혹은 사냥한 야생동물을 섭취할 때 잘 익혀 먹어야 한다"면서 "돼지는 주로 쥐를 먹어 감염되는 만큼 돼지를 키우는 축산 농가에서는 쥐를 없애는 데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오 교수는 또 "고기를 날로 먹은 후 다른 원인 없이 열이 나거나 근육통, 복통, 부기, 결막하 출혈 등이 발생하면 선모충증을 의심해보고 인근 병원을 방문해 전문가와 상담하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박혜정 기자 park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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