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글로벌 은행 수난시대가 계속되고 있다. 신용평가사 피치는 미국과 유럽의 주요 대형 은행들의 신용등급을 무더기 강등했다. 등급 강등은 비용 증가를 야기하고 실적 둔화로 이어진다. 미국 은행들의 매출 증가율이 올해 대공황 이후 최저를 기록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됐다.

수익을 내기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당국의 규제는 강화되고 있으며 어떻게든 자본을 확충해야 하는 상황에서 은행들은 자산 매각과 감원 등으로 대응하고 있다.

◆피치, 씨티그룹 등 7개 은행 신용등급 무더기 강등= 신용평가사 피치가 골드만삭스를 비롯한 7개 글로벌 대형 은행의 신용등급을 무더기 강등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피치는 "경제 상황과 규제 변화 등 은행업종 전체가 직면한 도전(challenge)을 반영해 등급을 강등했다"고 설명했다.

피치는 미국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씨티그룹, 골드만삭스의 장기채 신용등급(IDR)을 'A+'에서 'A'로 한 등급 강등했다.

영국 은행 바클레이스와 스위스 은행 크레디트스위스의 IDR은 'AA-'에서 'A'로 두 등급 낮췄다. 또 프랑스 최대 은행 BNP파리바와 독일 최대 은행 도이체방크의 신용등급도 'AA-'에서 'A'로 한 등급 강등했다.

피치는 이들 은행의 신용등급 전망은 '안정적'으로 제시했다.

◆美은행 매출 증가율 대공황 이후 최악= 신용등급 강등은 은행의 자금 조달 비용 증가 및 이익 둔화로 이어질 수 있다.

BOA는 지난달 신용등급이 한 등급 강등되면 9월30일 기준 채권에 대한 담보 비용이 51억달러 늘어난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BOA는 신용등급 강등의 피해 규모는 본질적으로 불확실하다며 거래 상대방과 고객들의 반응에 달려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CLSA의 마이크 마요 애널리스트는 블룸버그 TV에 출연해 "올해 미국 은행의 매출 증가율이 1938년 이후 최악을 기록하고 내년에도 개선되지 않을 것 같다"고 전망했다. 마요는 미 경제성장률은 몇 년간 미약할 수 있으며 유럽은 디플레이션에 빠질 것 같다며 이에 따른 은행 수익 악화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마요는 지난주 JP모건 체이스가 내년 신규 지점 개설 목표치를 300개에서 약 175개로 줄인 것은 옳은 결정이었다고 말했다. 수익이 악화되는 상황인만큼 지점 수 축소 등을 통해 비용 절감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은행 감원·자산 매각 잇달아= 자산규모 미국 6위 은행 모건스탠리도 이날 내년 1분기에 약 1600명의 감원을 통해 비용을 절감할 것이라고 밝혔다. 모건스탠리는 투자은행과 트레이딩 부문 매출이 떨어지고 있다며 전체 인력의 약 2.6%를 줄일 것이라고 밝혔다. 올해 전체 미국 은행의 감원 예정 수치는 20만명을 웃돈다.

또 피치로부터 신용등급을 강등당한 독일 최대 은행 도이체방크는 글로벌 자산운용 사업부 매각에 착수했다고 파이낸셜 타임스(FT)가 15일 보도했다. 도이체방크는 지난달에 규제 개혁 등 업계 상황이 바뀐 것을 감안해 도이체 자산운용의 전략적 재검토를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달 초 공개된 유럽은행감독청(EBA)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에 따르면 도이체방크는 내년 상반기까지 32억3900만유로의 자금을 조달해야 한다.

도이체방크의 자산운용 부문은 최근 2개 분기 연속 자금 순유출을 겪는 등 부진한 모습을 보였고 결국 매물로 나오게 됐다.

FT는 도이체방크가 글로벌 자산운용 사업부를 약 20억유로에 매각할 계획이며 웰스파고, 뱅크오브캐나다 등 50여개 이상의 업체가 관심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박병희 기자 n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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