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저우 샤오촨 중국 인민은행 총재가 중국이 국유 신용평가사 설립을 검토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무디스, 스탠더드앤푸어스(S&P), 피치 등 기존 글로벌 3대 신용평가사에 대한 신뢰도가 크게 약화된 가운데 중국이 새로운 신평사 설립을 통해 글로벌 금융시장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이미 유럽에서도 올해 초 자체 신용평가사 설립에 대한 주장이 거세게 일어나는 등 금융시장에서 새로이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시도가 활발해지고 있다.

중국은 국내 대형 금융기관들이 조사를 강화하고 자체 판단을 내리도록 장려함으로써 외국 신용평가사에 대한 의존을 줄여야 한다고 저우 샤오촨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 총재가 말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저우 총재는 이날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한 금융포럼에서 "중국은 정부 지원을 받는 신용평가회사 설립을 검토 중"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저우 총재의 발언은 세계 3대 신용평가사의 독립성에 대한 정부 관료들 사이에 의구심이 있는 가운데 이들에 대한 대안을 찾으려는 중국 정부의 희망을 반영하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덧붙였다.

저우 총재는 국내 기업들이 국내 금융상품을 평가하는 것에 대한 필요성 때문에 자체 신용평가사 육성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외국계 신용평가사들의 전문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지방 및 지역 정부의 금융에 대해 조사를 함으로써 국내 신용평가사가 더 큰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고 그는 강조했다.

현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중국 국무원은 중앙은행이 자국 신용평가사를 규제하는 유일한 기관이 되도록 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상하이 소재 중국흥업은행의 루 쳉웨이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채권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는 만큼 중국 상황에 정통한 신용평가회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번 금융위기 동안에 신용평가회사들의 코멘트가 금융시장에 크게 영향을 주는 것을 목격했다. 중국이 그것에 주목하는 것은 놀랄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중국 금융시장 기관투자가협회(NAFMII)는 지난 7월 보고서에서 "해외 신용평가사들의 수익 모델은 발행자와 신용평가사 사이의 강력한 상호 동맹을 야기하고 신용평가사의 독립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중국은 지난해 9월 반관영 신평사인 차이나크레디트레이팅(CCR)을 설립했다. 이 회사는 NAFMII가 설립자금을 지원했으며, 채권발행자가 아니라 투자자들로부터 수수료를 받고 있다. 그러나 중국 신용평가사 시장은 다궁과 청신, 롄허 등 3개사가 장악하고 있다.

이 가운데 다궁이 눈에 띄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다궁은 지난 8월 미국 신용등급을 A+에서 A로 강등한 데 이어 지난달 초에는 추가 신용등급 강등 가능성을 경고한 바 있다. 다궁은 미국이 대규모 추가 양적완화를 실시할 경우 미국의 신용등급을 추가로 강등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다궁은 중국의 국가 신용등급을 미국과 영국, 프랑스, 일본보다 높은 AA+로 매기면서 다른 신용평가사들과 차별화된 행보를 보이고 있다.

박병희 기자 n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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