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정준영 기자]‘정권 창출의 막후 실력자’로 불리던 천신일(68) 세중나모여행 회장과 ‘호형호제’하던 이수우 임천공업 대표에게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올해 2월 보증금 10억을 내고 보석으로 풀려난 이 대표는 이대로 형이 확정될 경우 감옥에 다시 들어가지 않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김우진 부장판사)는 29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이 대표에게 산림법 위반·횡령 등 앞서 확정 판결을 받은 시점에 따라 피해금 180억, 160억, 7억원 부분을 각 구분하고, 징역3년에 집행유예5년, 징역2년6월에 집행유예4년, 징역1년6월에 집행유예 2년 등 모두 집행유예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자나 변제의 약정없이 거액의 회삿돈을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사적인 용도로 사용하는 등 모든 혐의가 유죄로 인정된다”면서 “같은 유형의 죄를 범한 전력이 있어 죄질도 가볍지 않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자금 유용의 주된 동기가 계열사 운영자금으로 쓰기 위해서였고 상호출자구조를 갖춘 계열사의 연쇄 부도를 막기 위해 불가피한 상황이었던 점, 공탁 및 변제 등을 거쳐 이미 피해를 회복했고, 향후 독자적인 채산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개선할 의지를 보인 점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대우조선해양 협력업체인 임천공업 이 대표를 회삿돈 354억원을 빼돌려 비자금을 조성한 뒤 개인 용도 등으로 사용한 혐의를 적용해 지난해 9월 구속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 대표는 2003년부터 2009년까지 계열사 및 하청회사들을 상대로 실질적인 거래없이 세금계산서만 주고받는 가공거래 수법 등을 통해 비자금을 조성했다. 검찰 조사결과 조성된 비자금 중 100억원 상당은 이 대표의 개인 빚을 갚거나 생활비로, 나머지 부분은 경영악화에 빠진 계열사의 운영자금으로 사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는 또 하청업체나 협력업체에 비용을 지급하는 것처럼 꾸며 자신이 회사에 갚아야 할 86억원을 갚는 등 배임 혐의도 받고 있다.

한편, 이 대표로부터 현금, 상품권, 철근 등 47억여원의 금품과 함께 세무조사 무마·금융권 대출 청탁을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된 천 회장은 지난 27일 항소심서 징역2년을 선고받았다. 1심에서 징역2년6월을 선고받았다가 고령 등을 이유로 형이 줄어든 천 회장은 이명박 대통령과 고려대학교 경영학과 61학번 동기로 50년 지기 ‘절친’이다.

정준영 기자 foxfury@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