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권해영 기자]마이크로소프트(MS)가 팬택에도 안드로이드 특허 사용료를 요구했다. 삼성전자, LG전자, 팬택 등 국내 휴대폰 제조 3사 모두 MS에 안드로이드 로열티를 지급할 수밖에 없게 되면서 독자적인 운영체제(OS)를 확보하거나 OS를 다변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박병엽 팬택 부회장은 16일 기자와 만나 "MS가 안드로이드 특허 사용료 지급을 요구했다"며 "현재 금액을 놓고 협상 중"이라고 밝혔다. MS는 구글이 제공하는 안드로이드 OS에 자사 특허가 사용됐다며 안드로이드폰 제조사를 상대로 로열티를 요구하고 있다.

LG전자가 이달 13일, 삼성전자가 지난해 9월 MS에 안드로이드 로열티를 지급하기로 한 가운데 팬택도 MS와의 협상 타결이 임박한 것이다. 팬택은 삼성전자와 비슷한 조건에서 로열티 협상을 체결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MS에 안드로이드폰 1대당 4달러 안팎의 로열티를 지급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 LG전자, 팬택 등 국내 휴대폰 제조 3사 모두 안드로이드폰을 판매할 때마다 MS에 일정 금액을 로열티로 지불해야만 한다. 구글은 안드로이드를 무료로 제공한다고 밝혔지만 제조사는 당초 예상과는 달리 사용료를 지불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OS를 빌려다쓰는 상황인 데다 OS 개발사인 구글도 아닌데 직접 소송에 나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판단에 대부분의 제조사들은 MS에 로열티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협상을 마무리하고 있다. 지금까지 MS에 로열티를 지급하기로 한 업체는 모두 11개다.

팬택과 MS의 로열티 지급 협상 타결이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휴대폰 제조 업계에서도 독자적인 OS 확보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

구글이 지난해 10월 모토로라모빌리티를 인수하며 사실상 휴대폰 제조 사업에 뛰어들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기존에는 안드로이드폰 제조사와 구글이 협력 관계였지만 이제는 잠재적인 경쟁 관계가 됐기 때문이다. MS도 안드로이드 특허를 앞세워 제조사에 사실상 자사 OS인 '윈도폰' 채택을 늘릴 것을 강요하는 상황이라 부담이 크다. MS는 삼성전자와 안드로이드 로열티 협상을 체결하면서도 윈도폰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할 것이라는 약속을 받아냈다.

그러나 국내 휴대폰 제조사 중 자체 OS를 보유하고 있는 업체는 삼성전자가 유일하다. 삼성전자가 보유한 '바다'도 전체 OS 시장 점유율은 아직 2%대다. 이에 따라 애플리케이션(이하 앱) 개발자를 지원하고 바다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을 꾸준히 전개하고 있다. 인텔과 함께 개발 중인 '티젠' OS를 바다와 통합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소프트웨어 업체가 OS를 무기로 스마트폰 제조사를 압박하는 강도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면서 "자체 OS를 확보하거나 멀티 OS 전략을 통해 대책을 마련하는 게 시급하다"고 말했다.

권해영 기자 rogue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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