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태진 기자]저축은행 가계 신용대출이 금융권 부실 뇌관으로 자리할 태세다.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통한 수익 창출이 여의치 않자 일부 저축은행들이 신용대출 비중을 크게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저축은행의 가계대출은 사상 처음으로 10조원을 넘어섰다. 지난 2009년 10월까지만 해도 7조원에 못 미쳤음을 감안하면 2년만에 잔액이 3조원 넘게 늘어난 셈이다.

2009년 9월 0.5%에 불과했던 전년 동기 대비 증가율이 지난해 7월 31.7%로 급상승한 뒤로 매월 30% 안팎의 가파른 증가세를 보였다.

전체 금융권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여전히 2% 이내로 미미하지만, 부실 위험이 상대적으로 큰 신용대출 비중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금융당국을 긴장시키고 있다.

실제로 저축은행의 소액 신용대출 비중은 2010년 말 45%에서 지난해 말 60% 이상으로 확대됐다. 이 기간 동안 저축은행 고정이하 여신비율(부실대출 비율)은 10%에서 20%로 상승했다.

저축은행이 신용대출을 늘리는 것은 PF 대출의 대안이 마땅치 않아서다. 자산 규모를 갑자기 줄이기 어려운 만큼 신용대출로 수익을 내겠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저축은행의 신용대출 증가를 두고 우려섞인 관측을 내놓고 있다.

고성일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최근 부동산 관련 대출이 줄자 부실비용을 만회하려고 가계대출을 늘리는데, 위험을 적절히 관리하는지 의문스럽다"고 지적했다.

금감원도 몇몇 대형 저축은행이 최근 신용대출 영업을 갑자기 확장하자 감독을 강화할 방침이다. 이들 저축은행에는 지난해 적기시정조치(부실 우려 금융회사의 정상화 조치)가 유예된 곳이 일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조태진 기자 tjj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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