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보 편입된 부실저축銀 매각 지연
영업 할수록 적자..공적자금 낭비 논란

[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영업정지 처분을 받은 후 예금보험공사(예보) 산하로 편입된 가교저축은행들의 매각작업이 지연되고 있다. 해당 저축은행들은 정상적인 여신업무를 하지 않아 영업일수가 길어질수록 손실 폭이 확대되는 만큼 매각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지적이다.

2일 예보에 따르면 현재 예보가 100% 출자해 영업 중인 예솔ㆍ예나래ㆍ예쓰 저축은행은 아직 매각 주간사를 선정하지 못했다. 대형지주사가 인수한 금융지주 저축은행들의 잇단 영업재개로 지난달 매각공고가 날 것으로 기대됐으나 2월 현재 매각작업을 시작도 못하고 있는 것이다.

예보 관계자는 "전체적인 틀을 마련하고 있는 중"이라면서 "향후 주간사를 선정해 매각공고를 내고 각 주간사와 상의해 한꺼번에 매물로 내놓을지, 순차 매각할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는 '인수자의 인수의지가 확고한 저축은행을 순차 매각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현재 인수 의사를 적극 표명하는 곳은 없다고 밝혔다. 그는 "과거 예쓰와 예나래의 매각 주간사였던 삼일과 삼정회계법인이 계속 태핑 작업(수요조사)을 하고 있다"면서 "특정 인수자의 동향이나 의사 표현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예상보다 매각작업이 늦어진 이유에 대해서는 "설 연휴도 있었고, 예상 인수자인 기업들이 연말연시 경영계획을 세운 이후로 일정을 진행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예보가 매각을 지연시키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매물별로 차이는 있지만 가교저축은행을 인수하려는 곳은 꽤 있다"면서 "예보가 좀 더 적극적으로 매각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우량하다고 판단되는 일부 저축은행에 대한 접촉이 물밑에서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그는 특히 "가교저축은행은 그 특성상 수신은 현상유지, 여신은 갈수록 줄어들 수밖에 없어 영업을 하면 할수록 적자가 나기 마련"이라며 "매각이 늦어지면 그만큼 공적자금이 더 들어간다는 점에서 결국 세금만 낭비되는 꼴"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매수가자 없으면 과감하게 청산절차를 밟아 추가 공적자금 낭비를 막아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실제로 전북ㆍ으뜸ㆍ전주ㆍ보해저축은행을 계약이전받아 설립된 예쓰저축은행의 경우 영업손실이 2010년 6월말 107억원에서 지난해 6월말 129억원으로 늘었다. 단순 계산할 경우 한 달 영업하면 10억원 이상씩 손실이 커진다는 얘기다. 전일ㆍ대전저축은행을 넘겨받아 지난해 3월 설립된 예나래저축은행 역시 같은 해 6월 기준 42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여신이 없어 이자수익은 줄지만 판매비와 관리비용은 꾸준히 발생하기 때문이다.

한편 예보는 지난해에도 예쓰와 예나래저축은행의 매각을 추진했으나 유찰됐다.

김현정 기자 alpha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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