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정준영 기자]교비를 횡령해 부동산 투자 등에 이용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김학인(49) 한국방송예술진흥원(이하, 한예진) 이사장을 둘러싸고 주변 의혹이 들끓고 있다.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 밑에서 돈봉투를 배달한 의혹을 사고 있는 정용욱(50·해외체류)씨에게 돈을 건넨 의혹에 이어, 이상득 의원에게 공천헌금을 건넸다는 의혹도 불거졌다.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3부(윤희식 부장검사)는 이미 재판에 넘긴 김 이사장의 횡령 자금 중 아직 용처를 밝혀내지 못한 부분을 규명하기 위해 자금흐름을 계속 추적하고 있다. 검찰은 또 김씨가 해외로 빼돌린 재산에 대해서도 확인 작업 중이다.

검찰 안팎에서 제기된 정·관계 로비 의혹에 대해 김 이사장은 검찰 조사에서 “기억나지 않는다”로 일관한 것으로 전해졌다.

2일 노컷뉴스가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검찰은 최근 최모 전 한예진 경리담당직원을 통해 “김 이사장 지시로 차명계좌에서 인출한 2억원을 이상득 의원 측에 전달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씨는 지난 2002년부터 한예진 경리업무를 담당하며 김 이사장의 300억원대 횡령·탈세에 관여한 인물이다. 최씨는 “비리 의혹을 폭로하겠다”며 김 이사장을 협박해 받아낸 식당 건물로 10억원 상당의 이익을 얻은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최씨는 또 “김 이사장이 한나라당 비례대표 공천을 받는 명목으로 이 의원에게 20억원을 주기로 했다는 말을 들었다”는 진술도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이 의원 측은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으로 전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증거가 확보되지 않는 이상 진술만으로 혐의를 잡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최시중 전 방통위원장의 최측근인 정용욱 전 방통위 보좌역 관련 의혹도 현재 진행형이다. 최 위원장은 미디어법 통과 관련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의원들에게 돈 봉투를 돌린 의혹이 불거지자 자리에서 물러났다. 최 위원장은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최 위원장의 돈 봉투 의혹과 관련 돈 배달을 담당한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 정 전 보좌역이다. 해외에 머물다 곧 귀국할 것으로 알려진 정씨는 김 이사장의 EBS이사 선임을 돕는 대가로 2억원대 금품을 받은 의혹도 사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정씨의 귀국 여부는 김학인 사건 수사와 무관하다”면서도 “사람보다 증거의 문제”라고 전해 물증 확보에 고심 중인 것으로 풀이된다. 검찰은 김 이사장의 정·관계 로비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방대한 분량의 계좌추적 작업을 벌이고 있다. 검찰은 또 김 이사장과 정씨가 함께 범죄은폐에 나섰다는 의혹에 관해서도 확인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준영 기자 foxfu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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