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코노믹리뷰 이미화 기자]

독신자 수가 갈수록 늘고 있다. 전문가에 따르면 이 수치는 지속적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1인가구 중에는 고정된 수입원을 통해 안정된 삶을 영위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 반대의 경우도 적지 않다. 1인가구 속 표정들은 무지개보다도 더 다채로왔다. '움직이는 1인 시장'의 메커니즘을 두발로 뛰며 두눈으로 살펴봤다.

#1월요일 오전 7시 30분 오금행 지하철 3호선. 외국계 제약회사에 다니는 정모씨(33)가 출근을 서두르고 있다. 차량휴무제 탓에 월요일에는 늘 지하철로 출근하는 정씨는 무가지를 즐겨본다. 재미있는 단신을 발견한 그가 좀 더 자세한 내용을 알기 위해 아이패드를 꺼낸다. 들고 있던 신문을 선반위에 올려놓고 얼마 지나지 않자 70대 초반의 이모씨가 무가지들을 하나둘 수거해 간다. 신문 수거를 위해 매일 6시 30분 쯤 지하철에 탑승한다는 이씨는 “1kg당 150원 남짓이니 하나라도 놓치면 밑지는 장사”라고 한마디 한다. 정씨와 이씨는 마흔살 정도 터울이지만 둘다 혼자 산다.

#2서대문구의 한 편의점. 퇴근시간이라 북적댄다. 코트 깃을 휘날리며 40대의 남성 안모씨가 들어와 와인 한 병을 집어든다. 그는 휴대폰을 꺼내들고 “내일 미팅에 늦지 않게 나오라”고 누군가에게 얘기하면서 계산대로 향한다. 점원인 장모씨가 와인을 봉투에 담는다. 안씨가 나가자 장씨는 보고 있던 영어책을 다시 편다. 장씨에게 다가가 말을 건넸다. 장씨는 “최근 독신 남성들에게 편의점 와인이 인기”라고 귀띔한다. 그는 “취업을 위해 영어공부를 하는 중인데 월세 탓에 파트타임을 병행해야 한다”고 자기 사정을 털어놨다. 안씨도 장씨도 둘다 혼자 산다.

다섯 집 건너 한 집이 ‘나홀로 가구’
혼자 사는 사람이 늘고 있다. 다섯 집 중 한 집이 1인가구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0년 11월 기준 1인가구 비율은 23.9%다. 2005년에 비해 3.9%p 늘어난 수치다. 국내 총 가구 수는 2011년 10월 기준으로 2000만이다. 예전에는 가구수 곱하기 4를 하면 인구가 나왔으나 그건 옛 얘기다. 한마디로 4인가족이라는 표현도 시대에 뒤떨어진 것이라는 말이다. 특히 서울만 따지면 4인가구(23.1%) 보다 1인가구가 오히려 더 많다. 현재 1인가구 수가 400만을 넘으니 그럴만도 하다.


왜 혼자 사는 사람이 점점 늘어날까? 우선 ‘개인주의’와 ‘실용주의’의 심화를 이유로 들 수 있다. 송파구에 거주하고 있는 최모(33)씨는 “구직 활동을 하다 보니, 아무래도 혼자 있는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 스케줄 관리나 각종 시험준비에 있어서도 효율적”이라며 “관계지향적인 우리 정서에서 가족의 존재는 으레 서로 간의 ‘관여’로 이어지기 때문에 부담이 됐던 것도 사실”이라고 전했다. 최씨의 경우처럼 청년층은 주로 교육 및 취업의 이유로 독립하게 된다. 중장년증의 경우는 경제적인 이유가 많다.

“자기 앞가림도 못하는 처지에 누구를 부양하느냐"하는 고민을 안고 사는게 중장년층이다. 물론 젊은 시절부터 독신의 삶을 즐겨온 경우도 있지만 아직까지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노년기의 경우에는 사별로 인해 혼자가 되는 게 태반이다. 1인가구가 급증한데는 여성의 사회참여가 활발해진 것도 한 몫했다. 결혼을 하면 직장을 그만두는 것은 옛날 얘기다. 통계청의 2010년 사회조사 결과에 따르면 배우자와 따로 거주하는 가구주는 4.4%다. 분거 이유로는 ‘직장’이 65%이상으로 가장 높았다.

1인가구의 이유가 여러가지인 만큼이나 그들의 삶의 형태 또한 각양각색이다. 하지만 크게 두 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 첫째는 ‘싱글족’이라는 미명아래 속해 있는 집단이다. 다시 말해, 선택적으로 이 삶을 영위하고 있는 자를 일컫는다. 또 다른 하나는 ‘독거’라는 이름이 더 어울리는 계층이다. 불가피하게 혼자 살게 되는 상황에 처해진 부류를 뜻한다.

싱글족을 겨냥해 변해가는 ‘의식주’
(재)경기도여성가족연구원의 2010년 조사에 의하면 1인가구내 전문직, 사무직 종사자가 늘고 있다. 자발적으로 독신의 삶을 선택하는 비중은 61%로, 독신의 삶을 즐기는 사람이 비교적 많음을 나타낸다. 서울시립대 도시사회학과 이윤석 교수는 “이들은 부양해야 할 가족이 없기 때문에 경제적, 시간적으로 여유를 갖게 된다”면서 “자연히 소비활동이 활발해지고 새로운 시장 형성을 유도한다”고 분석했다.

1인가구 내 양극화가 점차 심해지고 있다. 월 700만원 이상 고소득자가 2006년 0.15%에서 2009년 0.63%로 4배 이상 증가했다. 사진은 서초동의 오피스텔(왼쪽). 서초동의 고급오피스텔. 부동산 관계자에 따르면 혼자사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실제로 시장은 싱글족을 주시하며 차츰 모양새를 바꾸고 있다. 첫째, ‘살 곳’의 변화다. 일례로 ‘LH’는 ‘2 in 1’라는 신(新)주택을 개발했다. LH 관계자는 “고정된 주거공간을 사용 목적에 따라 조정하고 재구성할 수 있도록 한 구조”라며 “다양한 생활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미래형 주택의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혼자 사는 사람은 아무래도 이사가 잦다. 거듭되는 이사에서 좀 더 자유로울 수는 없을까하는 데서 착안한 주거 형태도 있다. 바로 ‘코쿤하우스’다. 내부에 필요한 집기를 모두 구비해 놓아 짐 들일 필요를 대폭 줄였다. 월세는 보증금 없이 45만~50만원정도다. 코쿤하우스 고종옥 대표는 “월 평균소득 135만원대의 싱글들이 많이 찾고 있다”면서 “200만원 이하 소득 수준의 싱글족을 위한 맞춤형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고 전했다.

살림살이를 맡아주는 업체도 등장했다. 지난해 12월, 취업으로 대학 인근에 있던 집을 정리한 윤모씨(27)는 난감했다. 이사 날짜까지 15일 정도가 비는데 서랍장과 화장대, 침대를 둘 곳이 없었던 것이다. 그렇다고 50만원 이상인 물품들을 버리기는 너무 아까웠다. 이같은 사례가 적지 않다는 데 착안한 때문인지 짐 보관 전문업체도 늘어나고 있다. 보관업체의 한 관계자는 “2009년 이후 고객이 크게 늘어 해마다 증가 추세”라며 “옮겨갈 집을 구하지 못했을 경우 한 달에서 길게는 1년까지 짐을 보관해준다”고 설명했다.

제때 집을 구하지 못해 당장 거처가 없는 사람이 늘자 ‘단기 임대’도 성행하기 시작했다. 원룸 또는 풀옵션 오피스텔을 잠깐씩 임대하는 것이 그것이다. 보증금이 없고 1~3개월의 짧은 기간으로 계약하므로 월세는 다소 비싸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1인가구의 주거비 지출 비중은 20%대다. 월수입이 200만원일 경우 40만원을 주거비로 지출한다는 얘기로, 꽤 높은 비중이다. 이에 따라 1인가구를 위한 주거 관련 시장이 활황을 띠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싱글족에게는 먹을 것 또한 큰 고민거리다. 대구시 중구의 채모씨(31)는 ‘묶음 판매를 하는 바나나, 양파, 계란 등을 하나씩 사먹을 수 있었으면’ 하는 생각을 오래부터 해왔다. 이같은 요구에 따라 이마트는 매장 한쪽에 소용량 코너를 만들었다. 기존 용량의 절반만 담아 가격을 낮춘 것이다. 거기에 HMR 품목도 늘렸는데 이마트 김진호 프로모션팀장은 “현재 HMR상품은 200여종이지만 올해 말 400여개까지 늘릴 예정”이라고 전했다.

1인 전용 음식점은 이미 신촌, 홍대입구 등 대학가나 오피스 밀집지역을 중심으로 성업 중이다. 창업몰 경제연구소 CERI 김영훈 팀장은 “싱글족의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프라이버시 공간 마련이 중요하다”고 말하며 “레스토랑 창업의 경우 테이블 회전율이 높고 인건비도 절감되는 싱글족을 겨냥할 만하다”고 말했다.

먹고 자는 것뿐이 아니다. 집안일에 대한 부담을 덜기 위해 로봇청소기와 같은 자동화기기도 속속 출시되고 있다. 최근 삼성전자에서는 디자인을 중시하면서도 크기를 줄인 1도어 미니 냉장고를 선보이기도 했다. 가구 또한 최대한 공간 효율을 살린 제품이 인기다. 이 밖에도 원룸 청소 전문 업체, 장보기 대행 등 각종 잔심부름 대행서비스 또한 눈에 띈다. 대행서비스의 경우 성격에 따라 5000원부터 2만원까지의 수수료를 받는다.

폼나는 싱글?… 혹자에겐 먼 나라 얘기
독신의 삶을 ‘자발적’으로 선택하고 보장된 수입으로 무리 없이 살아가는 싱글족이 늘어나면서 혼자 밥을 먹고, 커피를 마시는 것이 예전처럼 머쓱하지 않다. 시장 또한 ‘멍석’을 깔아주니 더욱 그렇다. 커피숍에서 혼자 베이글과 커피를 시켜먹으며 멋스럽게 고독을 씹는 ‘싱글족’이 있는가 하면, 씹히는 고독을 칼날처럼 느끼는 1인가구도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1인가구의 소득은 전체가구 평균에 비해 아직도 매우 낮은 수준이며, 평균연령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물론 골드미스 등 고소득자 1인가구 또한 증가하고 있지만 빈곤층의 증가율을 상쇄하기에는 역부족이다. 다만, 늘어나는 고소득자 1인가구는 저소득자 1인가구와의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있다.

한편에서는 생산과 소비가 활발하게 이뤄지지만 다른 한편의 경제활동은 ‘마비’에 가깝다. 1인가구를 위한 기가 막히는 아이디어 상품들이 봇물처럼 터져 나와도 이들에게는 강건너 불구경 밖에 되지 않는다. 이들에게는 소비를 위한 시장 형성 보다 ‘생산성 제고’를 위한 뒷받침이 더 시급하다.

삼성경제연구소가 제시한 국내 1인가구의 구성비를 살펴보면 60대 이상인 노인 단독가구가 50%에 육박한다. 그 중 약 80%가 ‘빈곤상태’인데 이는 스웨덴의 6배, 미국의 2배, OECD평균의 2.5배다. 삼성경제연구소 김정근 수석연구원은 “한국 전체 빈곤율이 14.6%인 것을 고려하면 노인 1인 가구의 빈곤율(76.6%)은 상당히 심각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독거노인들은 주로 기초노령연금과 공공근로를 통해 얻는 임금으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독거노인들을 위한 사회적 보호 장치는 아직까지 미미한 상태”라고 언급하면서 “노인의 70%에게 지급된다는 기초노령연금은 최고액이 겨우 월 9만원 남짓”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게다가 2012년도 새해 예산안에서 기초노령연금액 인상이 무산돼, 자연증가분을 제외하면 5년째 제자리걸음을 걷게 됐다”고 설명했다.

한편, 독거노인의 공공근로는 보통 동사무소에서 연계해주고 있다. 종류로는 거리청소, 도로에 나무와 화분식재, 학교 주변 방범활동 등이다. 이러한 일을 통해 한 달 버는 수익금은 20만원 안팎이다.

김 연구원은 “부부노인 가구에 비해 빈곤율이 높은 노인 1인가구를 노인빈곤정책의 표적집단으로 설정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하면서 “노인층 빈곤율을 증가시키는 노인 1인 가구수는 고령화와 더불어 지속적으로 증가할 전망이어서 정책적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홀로서기’하기엔 아직 정책적 공백
부양할 가족이 없는 화려한 싱글들은 계속해서 자산을 비축하지만 경제상황 등 외부환경에 탄력적인 1인가구는 계속해서 가난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양극의 집단을 차치하고서라도 아직까지 혼자 사는 사람에게 ‘이상적인’ 환경은 마련되지 않았다는 의견을 내기도 한다.

대구시 중구에 거주 중인 권모(38)씨는 며칠 전 면접에서 뜻밖의 고배를 맛봤다. 부양할 가족이 없기 때문에 책임감이 덜할 것이라는 면접관의 평가에 별다른 대응을 못했기 때문이다. 권씨는 면접후 “납득이 되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인식의 문제에만 그치는 것도 아니다. 30대 초반의 채모씨는 과외활동으로 그간의 종잣돈이 꽤 된다.

대출만 조금 받으면 전셋집 마련이 되는데 현실은 녹록치 않다. “전세금 대출을 알아봤더니 소속 직장이 없고 결혼한 상태가 아니어서 승인이 나지 않았다”면서 “1인가구는 점차 늘어나는데 아직까지는 혜택에서 제외되는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또 2007년 9월부터 실시되고 있는 청약가점제도 꾸준히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다.

미혼의 독신 가구주인 무주택자는 청약가점제에서 치명타를 입는 계층이다. 2002년께 청약예금에 가입한 김모씨(40)는 “기존 제도에서는 5년 이상 무주택 가구주로서 특정 평수 이하 아파트의 75% 물량을 우선공급 자격으로 신청할 수 있었다”면서 “하지만 2007년 9월부터는 ‘우선공급 대상자’에서 완전히 벗어나 버렸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한편, 1인가구의 지출이 소득에 비해 너무 크다는 지적도 있다. 서울시정개발연구원이 발표한 1인가구의 월 소득은 100만원 미만이 전체의 45.1%로 가장 많다. 또, 1인가구 전체의 76%가 200만원 미만의 소득자다. 경기도가족여성연구원은 “경기도 1인가구의 월평균 지출은 약 138만원”이라고 전하면서 “빚을 지지 않고 살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생활비, 즉 주관적인 최저생계비는 월평균 약 155만원으로 실제 지출액을 초과한다”고 밝혔다.

이 같은 수치에 따르면 1인가구는 소득의 대부분을 지출하며 재정이 ‘마이너스’가 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부양할 가족은 없지만 스스로를 부양해야 하는 처지라고나 할까.

1인가구의 ‘표정변화’를 눈여겨 보라
독립한 지 10년여. 박씨(31)는 갑자기 고민거리가 생겼다. 명절이나 휴가 때 부모님이 계신 집에 사흘 이상만 있어도 매우 불편하기 때문이다. 박씨는 “혼자 산 지 오래돼서 그런지 누군가 한 공간에 있다는 게 여간 신경쓰이는 게 아니다”라며 “주말에 친구들도 잘 안 만나게 된다. 그들이 하자는 대로 응해야 될 때가 있어 불편하기 때문”이라고 속내를 털어놨다.

실제로 전문가들은 “독신생활이 지속되다보면 만성적으로 타인과의 조화를 거부하기 쉽다”고 지적한다. 서울시정개발연구원에 따르면 싱글들은 TV와 인터넷, SNS등의 사용시간이 타가구 보다 길다. 이에 따라 자연히 사람들을 덜 만나게 되는 등 고립이 이뤄져 사회와의 접촉면이 줄어든다. 특히 1인가구의 30% 이상이 심각한 우울증을 경험했다는 조사결과도 있으며 타가구에 비해 행복지수 및 이웃 신뢰도가 낮다는 발표도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1인가구는 앞으로도 계속해서 늘어날 전망이다. 2030년 즈음에는 4가구 중 하나가 1인가구일 것이라는 추측이다. 이는 국내 뿐 만 아니라 전 세계적인 흐름이다. 그 때쯤이면 1인가구는 더 이상 ‘가정의 해체’ 형태가 아닌, 온전한 ‘가구’로 인정받게 될지도 모른다. 현재 많은 전문가들은 일본의 예를 들며 ‘전철을 밟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 일본의 독신의 빈곤 및 정서적 불안정 등은 오랫동안 사회문제로 제기돼 왔다. 머지않아 ‘주류’가 될 1인가구의 표정변화를 유심히 살펴볼 때다.


싱글족, 해외에선 막강한 경제파워

2008년 1월 스위스 다보스에서 개최된 세계경제포럼에서는 “전 세계적으로 교육 수준이 높은 싱글족이 늘어나고 있으며 특히 20~30대 독신여성이 문화와 소비의 새로운 주체로 떠올랐다”며 '싱글경제' 형성을 키워드로 제시했다. 실제로 싱글족은 미국, 네덜란드, 영국, 중국, 일본에서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이며, 전문가들은 향후에도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의 경우 거의 절반에 달하는 인구가 싱글일 정도가 1인경제가 활성화돼 있다. “싱글족이 없으면 경제가 굴러가지 않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실제로, 미국 싱글의 지출은 커플의 두 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0년을 기준으로 연간 싱글들의 지출은 한 명당 3만4000달러(약 4000만원)로 집계됐다. 네덜란드의 경우, 3가구 중 1가구가 싱글이다.

네덜란드 통계청(CBS)은 “혼인 및 출산율의 감소와 고령화로 독신 가정이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면서 “2060년에는 총 가구의 44%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네덜란드 사회문화연구소(SCP)는 “싱글족들이 소비를 선도하고 있다”며 “일반가정에 비해 충동 구매율이 높기 때문에 럭셔리 상품 및 엔터테인먼트에 대한 구매 수요도 높다”고 분석했다.

영국도 마찬가지다. 향후 10년간 900만에서 950만명 정도의 독신가구가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소비패턴은 네덜란드와 다르다. 영국의 싱글족들은 세금부담 등으로 ‘알뜰족’으로 변모하는 추세다. 영국소매협회(BRC)의 ‘영국소비자시장트렌드분석’은 2000년대 초 소비주체로 급부상했던 젊고, 독신인 전문직 종사자들을 “경제위기를 거치며 증가한 세금과 공공요금의 증가와 함께 몰락하기 시작한 그룹”이라고 규정하며 “매년 구매력 또한 감소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중국 전국부녀연합회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내 싱글족은 무려 1억8000만명에 달하는 등 최근들어 눈에 띄게 부상하기 시작했다. 경기불황에 따른 비자발적 싱글이 늘어난 일본의 경우에는 오랫동안 독신자의 빈곤과 고령화가 사회적인 문제로 제기되고 있다.


미니 인터뷰 | 이윤석 서울시립대학교 도시사회학과 교수
“가족의 개념 물리적 울타리를 걷어내자”

과거에는 “혼자 산다”고 하면 ‘뭔가 문제가 있나?’ 하는 부정적인 인식이 강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그도 그럴 것이 서울 시내 인구의 20%이상이 혼자 사는 사람으로, 주위에 ‘혼자산다’는 사람 한명쯤 있을 테니 말이다. 이윤석 교수는 앞으로 1인 가구는 계속해서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이제는 ‘가족’이라는 개념 자체를 다시 정립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그는 “꼭 한지붕 아래 살아야 인간관계가 유지되는 것이 아니다. 멀리 떨어져 있어도 소통하며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할 때가 아닌가 한다”고 역설했다. 즉, 물리적 울타리에 얽매이지 않아야 한다는 것으로 ‘가족’이라는 개념의 신풍속도를 그려나가야 된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또, “가족구성에 관한한, 그 변화 속도는 굉장히 빠르다”면서 “예컨대, ‘둘만 낳아 기르자’는 슬로건이 무색할 정도로 출산율이 저조한 시대가 도래됐고, ‘국제결혼’이라는 말이 나온 게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벌써 다문화가정이 이슈”라고 설명했다. 불과 몇 세대 안에 이러한 변화가 있었기 때문에 10년 앞을 예단하기란 쉽지 않다는 게 이 교수의 말이다.

이 교수는 이어, “만일 부정적인 노선을 밟는다면, 10년 후 우리의 모습이 지금 일본과 같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하지만 경제적인 효율성 등 장점을 최대한 살린다면, 얼마든지 건강한 1인가구 시대를 맞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코노믹 리뷰 박지현 jh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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