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일본 경제가 엔고에 단단히 발목을 잡혔다.

일본 내각부는 13일 지난해 4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연율 기준으로 2.3% 감소했다고 밝혔다. 블룸버그 통신이 집계한 월가 애널리스트 예상치 1.3% 감소를 크게 밑돌았다.

수출 감소 때문에 일본 경제가 에상보다 크게 위축됐다고 블룸버그 통신은 지적했다. 연율 기준으로 일본 GDP는 지진 피해가 있었던 지난해 1분기에 6.8%나 급감했고, 2분기에 1.5% 감소로 충격을 다소 줄인 뒤 3분기에 성장세를 회복했으나 4분기에 다시 위축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당초 5.6% 증가로 발표됐던 지난해 3분기 GDP는 7.0% 성장으로 상향조정됐다.

지난해 4분기 GDP 감소의 원인은 엔고로 인한 수출 둔화 때문이다. 지난해 일본 경제는 사상 최고치로 치솟은 엔고 때문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 달러·엔 환율은 지난해 10월31일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저인 달러당 75.35엔까지 하락한 바 있다.

엔고 탓에 지난해 일본의 연간 무역수지는 1980년 이후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했고 소니, 파나소닉 등 내로로하는 일본 대표 전자업체들은 잇달아 이번 회계연도에 사상 최악의 적자를 기록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씨티그룹 글로벌 마켓츠의 무라시마 기이치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일본 경제는 글로벌 수요 둔화와 엔화 강세 때문에 취약한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편에서는 재건 수요 덕분에 성장세를 회복할 것이라는 낙관론도 제기된다. 메릴린치 증권의 기치카와 마사유키 이코노미스트는 "지난해 대지진 이후 재건 수요 덕분에 올해 1분기 GDP는 성장세를 회복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일본 내각은 지난주 2조5000억엔 규모의 추경예산을 승인한 바 있다. 지난해 대지진 후 네번째 승인된 추경 예산이었다. 당시 일본 정부는 친환경 차량에 대한 보조금으로 3000억엔을 편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일본 일본 경제성장률이 1.7%를 기록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박병희 기자 n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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