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방사막딱새(출처 : 위키피디아)

[아시아경제 박충훈 기자]설탕 2 티스푼 정도에 해당하는 몸무게를 지닌 새가 북극과 아프리카 사이 2만9000 km 거리를 이동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지구 둘레길이가 약 4만 km 정도이니 지구를 얼추 한바퀴 도는 셈이다.

영국의 생물학회지 바이올로지 레터스는 15일 발간한 최신호에 북방사막딱새의 이동경로에 대한 다국적 연구팀의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캐나다와 독일 등에서 온 연구진은 알래스카와 캐나다 배핀 섬 등에서 이들 새 46마리를 생포해 1.4g의 초경량 위치추적장치를 달았다.

연구진은 위치 추적장치를 하루 두 차례씩 석달간 점검했다. 이 중 회수에 성공한 4개 장치의 위치정보를 종합해보니 알래스카에 살던 북방사막딱새는 남아프리카로 이동해 겨울을 났던 것으로 나타났다. 북방사막딱새는 캐나다 북동부와 그린란드, 유라시아, 알래스카 등 광범위한 지역에 서식하지만 그동안 겨울을 어디서 나는지는 규명되지 않았었다.

남하 기간동안 이동거리는 총 1만4500km에 달했다. 고향인 알래스카로 다시 돌아가는 거리까지 합하면 일년에 총 2만9000km를 비행하는 것이다.

북방사막딱새는 시베리아와 아라비아 사막을 거쳐 수단, 우간다, 케냐 등의 국가 상공을 지났다. 남하하는 데 총 91일이 걸린 반면 고향으로 되돌아오는 기간은 55일 정도에 불과했다.

캐나다 온타리오 갤프대학의 라이언 노리스 교수는 "이 새는 덩치에 비해 놀랄만큼 먼 거리를 여행한다"며 "참새보다 조금 더 큰 새가 먹이를 찾기 위해 북극 툰드라의 추위를 헤치고 아프리카로 향한다는 사실이 너무 놀랍다"고 경탄했다.

이 연구결과는 그동안 신천옹(알바트로스) 등 날개가 큰 새만 원거리를 이동한다는 가설과는 상반된 것이다. 라이언 교수는 "여행 경험이 전무한데다 몸집도 작고 여린 북방사막딱새가 어떻게 일년에 두번씩이나 먼 거리를 이동하는지 연구하는 게 앞으로 남은 과제"라고 덧붙였다.

박충훈 기자 parkjov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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