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오현길 기자]회삿돈을 횡령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법정에서 자신의 혐의를 부인했다.

최 회장의 변호인은 2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첫 공판에서 문제의 베넥스인베스먼트 자금은 펀드 출자예정이던 계열사 돈을 일시적으로 최 부회장 등이 사용한 게 전부일 뿐, 횡령의 동기가 없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이날 공판에서 "이 사건은 피고인들이 사전에 공모해 베넥스를 사금고화한 신종 횡령 범죄"라며 "죄가 없다는 피고인들의 주장은 재벌기업의 비자금을 용인해주고 횡령의 가이드라인을 설정해달라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이에 변호인은 "본건 펀드 투자는 SK 계열사 차원에서 추진하여 오던 투자전략에 따른 정상 투자"라며 "그 과정에서 펀드설립용 자금 450억원을 최재원 부회장이 잠시 빌려서 사용하였다가 반환한 것이 본건의 실체"라고 밝혔다.

검찰은 또 최 회장이 임원들의 성과급 일부는 되돌려 받는 수법으로 비자금을 조성해 별도 오피스텔에 현금으로 관리하면서 일부를 딸의 해외유학경비로 썼다고 밝혔다.

이에 최 회장 측 변호인은 "재무팀에서 회장인 피고인 최태원의 개인예금 등까지 관리하면서 자금이 혼용된 까닭에 지금으로부터 6년 전 한두달 사이에 단지 몇 차례 그런 일이 일시 있었던 것"이라며 "2006년 7~8월 몇 차례 77만~1600만원을 해프닝처럼 쓴 것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검찰이 부외자금으로 문제 삼는 임원성과급은 정상적으로 회계처리돼 관련 세금도 모두 납부된 것"이라며 "결코 비밀리에 비자금을 조성하여 은닉한 것이 아니고 문제된 임원성과급은 계열사 임원으로부터 자발적으로 반환 받아 기업 활동에서 통상적으로 소요되는 현금성 경비로 사용된 데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또 변호인은 "이 사건의 실질은 최재원 부회장과 김준홍 베넥스 대표가 베넥스 출자금으로 송금된 SK 계열사 자금 450억원을 한 달 정도 일시적으로 사용한 뒤 원상회복해놓은 건으로, 1500억원대를 횡령했다는 검찰 공소사실은 과장됐다"고 주장했다.

한편, 담당 재판부는 이번 사건을 1주일 간격으로 집중 심리해 5월말쯤 결심 공판을 열 예정이다.

오현길 기자 ohk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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