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넝쿨째 굴러온 당신> 3-4회 KBS2 토-일 저녁 7시 55분
윤희(김남주)는 드라마 제작PD이며, 그녀의 회사는 “시어머니가 물벼락 정도 날려”주는 건 기본인 막장드라마 전문 제작사다. 이것은 사실 ‘시월드’라는 현실의 막장드라마급 세계에 대한 윤희의 공포를 반영한 설정이다. 시댁이 싫어 결혼도 미뤄온 윤희는 “능력 있는 고아”라는 자신의 이상형에 완벽하게 부응하는 교포 출신 훈남 의사 테리 강(유준상)을 만나 결혼하지만, 그에게는 MBC <아들과 딸>의 세계를 재현한 듯한 친가족사가 숨겨져 있다. 그 이름도 찬란한 귀한 아들 귀남이가 본명인 그의 가족은, 참한 ‘내조의 여왕’급 며느리를 원하는 시어머니, 그런 시어머니를 시집살이 시키는 시할머니, 시삼촌과 시이모들 그리고 세 명의 시누이까지 구성도 완벽한 전통대가족이다.

이처럼 <넝쿨째 굴러온 당신>은 모든 갈등을 훈훈한 가족애로 봉합하는 가족극이라는 장르가 며느리들 입장에서는 하드코어 호러물일 수 있음을 전면에 드러내는 발칙한 드라마다. 전통적인 KBS주말극에서는 다소 파격일 수 있는 내용을 대중적으로 포장하는 힘은 박지은 작가 특유의 풍자와 유머에서 온다. 특히 남녀가 만나 티격태격하다가 오해가 풀리고 진심을 확인하며 사랑과 결혼으로 하나가 되는 로맨틱 코미디의 설정을 며느리와 시댁의 관계에 대입한 것이 주효했다. 다시 말해 윤희와 청애(윤여정) 가족이 계속해서 악연으로 얽히고설키며 서로에게 ‘웬수’보다 못한 이웃이 되는 과정이 사실 현실에서 가족이라는 이름을 벗겨낸 며느리, 시댁 관계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아이러니야말로 이 작품을 보는 가장 큰 재미다. 물론 더 중요한 것은 재기발랄한 문제제기보다 그 문제의식을 끝까지 밀어붙일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넝쿨째 굴러온 당신>은 과연 전형적인 로맨틱 코미디의 작위적 해피엔딩이라는 함정을 벗어나 고부관계를 새롭게 해석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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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아시아 글. 김선영(TV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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