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툰 사람들' 웃음으로 대동단결하는 유쾌한 허당들<사진: 연극열전>

[박정환 칼럼리스트]

연극열전이 5년 만에 다시 선보이는 리바이벌 레퍼토리 <서툰 사람들>은 1995년에 첫 선을 보인 작품이다. 그럼에도 초연 당시의 세월의 간극을 찾기 힘들다. 관객이 형성하는 공감대가 초연과 지금의 시간대인 17년이라는 시간의 간극을 초월해 형성되기 때문이다. '서툰 사람들'에 나오는 모든 이들은 '세련미'를 뽐내거나 '프로페셔널'하지 않다. 도리어 어딘가 나사 빠진 듯, 모든 것이 '서툰' 사람들의 이야기다.

장덕배는 대문을 잠그지 않은 집을 열기 위해 갖은 애를 쓰다가 대문 밖에서 꽁꽁 얼어버리는 얼빠진 도선생이다. 불청객 밤손님을 맞이하는 유화이는 장덕배가 자신의 물건을 훔쳐가는 도선생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몸을 건드리지 않음에 대해 고마워하는 교사다. 분신자살을 하겠다고 소동극을 일으키는 아래층 남자 김추락은 정작 분신자살에 필요한 라이터가 사라져 전전긍긍하고 김추락의 자살을 막기 위해 파견된 경찰은 김추락의 집을 유화이의 집으로 착각하고 그녀의 집 앞으로 출동한다. 연극에 나오는 모든 이들은 하나같이 '허당' 그 자체다.

장덕배와 유화이가 엎치락뒤치락 펼치는 한바탕 소동극 속에는 '역지사지'라는 배려가 숨겨져 있다. 장덕배는 집주인 유화이의 손목에 밧줄 자국이 날까 염려해 수첩에 메모한대로 손을 묶는 친절한 도둑이다. 이에 뒤질세라 유화이 역시 자신의 물건을 터는 장덕배에게 숨겨진 비상금의 위치를 이야기해주는 친절한 집주인이다. 이런 집주인과 도선생이 세상천지에 어디 있겠는가. 장덕배와 유화이의 유쾌한 입씨름 뒤에는 상대방을 배려할 줄 아는 따뜻한 마음씨가 자리 잡고 있다.

유화이의 심리 상태를 심리학적으로 조망하면 '스톡홀름 증후군'으로 바라볼 수 있다. 도둑 장덕배가 아무리 친절하고 위트 넘친다 하더라도 그는 엄연히 유화이의 물건을 빼앗아가는 '범죄자'다. 그럼에도 유화이는 그녀의 물건을 강탈하는 장덕배를 미워하지 않는다. 도리어 장덕배에게 인간적으로 동화하기 시작한다.

만일 유화이가 도둑 장덕배를 향한 '스톡홀름 증후군'에 빠지지 않았다면, 유화이는 그녀의 집을 김추락의 집으로 잘못 알고 방문하는 경찰에게 장덕배를 신고하고도 남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유화이는 장덕배를 신고하지 않는다. 도리어 장덕배에게 자기 집 전화번호를 가르쳐줄 정도다. 유화이에게 나타나는 '스톡홀름 증후군'은 러브라인과 긴밀하게 연결되는 심리적 기제로 작용한다.

장덕배와 유화이의 유려한 슬랩스틱 유머는 관객으로 하여금 웃음으로 대동단결하게 만든다. 웃다가 눈주름이 대책 없이 늘거나 배꼽이 빠져 굴러다녀도 공연기획사는 이에 대한 A/S는 하지 않음을 유념해야 한다. '서툰 사람들'이 5년 전에 유료객석점유율 102%라는 흥행 기록을 달성한 건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 다만 트리플 캐스팅이다 보니 캐스팅에 따른 재미의 편차는 감안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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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믹 리뷰 최재영 기자 som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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