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영주 기자] 이명박 대통령이 총선을 앞두고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을 직·간접적으로 지원하고 나서 주목된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박 위원장에 대해 "유망한 정치인이다. 우리나라에 그만한 정치인 몇 사람 없다", "(박근혜)대세론은 들어봐도 한계론은 들어본 적이 없다"며 한껏 치켜세웠다. 청와대 안팎에서는 이를 두고 '작심발언'이라고 평가했다. 박 위원장에 대한 평가에 소극적이었던 그동안의 모습에서 전폭적인 지지로 돌아선 것이다. 민주통합당은 이에 대해 "총선개입이자 선거법 위반"이라며 반발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이 발언한 비슷한 시점에 김무성 의원은 "백의종군하겠다"며 불출마를 선언했다. 다음날인 13일에는 이동관 전 청와대 홍보수석이 "정권재창출의 밀알이 되겠다"며 출마를 포기했다. 김해진 전 특임장과과 윤영 의원이 대의명분을 따르기로 한 데에 이어 안상수 전 대표와 진수희 의원도 당 잔류 쪽으로 기운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공천을 둘러싼 친이(친이명박)계와 친박(친박근혜)계의 갈등도 사실상 봉합됐다.

이 과정에서 이달곤 청와대 정무수석과 이재오 의원이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여기에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까지 가세해 친이계 인사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탈당을 만류했다. 이들은 "정권재창출이 가장 큰 명분이다", "분위기에 휩쓸려서는 안된다", "지금 분열하면 총선은 물론 대선도 어렵다"며 측근들을 설득했다는 후문이다.

이같은 움직임에는 이 대통령의 심중이 담겼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여권 관계자는 "공천 결과에 반발해 탈당하려는 움직임에 대해 이 대통령은 '왜 그렇게 가볍게 움직이려고 하느냐'고 지적한 것으로 안다"며 "이는 이 대통령이 당에 대한 불만은 당내에서 해결하면 되지 섣부른 행동으로 큰 일에 해를 끼쳐서는 안된다는 뜻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도 지난 9일 이 대통령을 만난 후 "이번 총선에 출마할 생각이 없다. 박세일 국민생각 대표가 추진하고 있는 '비박(非朴) 연대'에도 참가할 생각도 없다"고 밝히며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이날 독대에서 이 대통령은 정 위원장의 향후 행보에 대해 "총리까지 하신 만큼 진중하게 결정하는 것이 좋겠다"는 뜻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영주 기자 yjc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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