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진희정 기자]"언제나 마음은 청춘이다. 몸은 늙었지만 '일'을 하며 삶의 가치를 찾고 싶었다. 이렇게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 것이 고마울 따름이다."

LH실버사원으로 인생 2막을 시작하는 김경숙씨.

김경숙(64세·여)씨는 다소 상기된 목소리로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노인일자리 창출 일환으로 추진한 실버사원 채용시험에서 11대 1의 경쟁을 뚫고 합격한 김씨다. 주 5일, 하루 5시간 자신이 살고 있는 대방동 근처 임대아파트에서 일하고 있다. 이렇게 일하고 김씨가 받는 월 급여는 60만원. 액수를 떠나 김씨는 일할 수 있다는 자체만으로 행복을 느낀다며 환하게 미소지었다.

김씨는 이전에도 서울시에서 시행하는 노인일자리 프로그램으로 한달에 열흘씩 초등학교 급식 도우미 등의 일을 해 왔다. 1996년부터 2007년까지는 서울시 영등포구청의 가정도우미로 활동했다. 기초수급자 가운데 혼자 사는 독거노인의 말벗이 되거나 청소, 빨래 등의 가사 지원을 해온 것. "하루에 네 집을 방문하며 열악한 환경에 사는 분들을 '섬김'으로 돌봤다"고 회상한다.

LH가 실버사원 채용에 나선 후 관심을 가졌으나 "접수현장에 수십명이 줄 지어 서 있는 것을 보고 포기할까도 생각했다"는 김씨는 "나보다 어려운 처지에 있는 임대아파트의 어려운 이웃에게 도움을 주기위해 도전하게 됐다"고 밝혔다.

넉넉지 않아도 체력이 되는 한 남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는 김씨. "최근 '웰다잉(well-dying)'에 대해 공부를 하며 남은 인생을 가치 있게 보내는게 목표"라며 "8개월 임시직이라 조금 아쉽지만 땀흘려 일하는 대가를 받는다는 자체가 살아있다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특히 김씨의 남편도 일을 하고 있어 '부부 실버사원'이라고 자랑한다. "남편도 정년퇴직 이후 노인 일자리를 통해 집 주변 도서관에서 사서로 활동 중"이라며 "아직 건강하기 때문에 충분히 일을 할 수 있고,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좋을 일을 하면서 보내게 다행"이라고 거듭 말했다.

김씨는 LH가 관리하는 임대아파트 단지에서 관리사무소 업무를 보조하는 등 특화된 활동을 펼치게 된다. "아직 구체적인 업무 분장이 이뤄지지 않았지만 어쨌든 누군가의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생각만으로 가슴이 벅차다"며 "주어진 일에 실버(silver)라는 뜻대로 은은하게 도움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김씨와 함께 선발된 LH의 실버사원은 모두 2000명. 이들은 전국 657개 단지 51만여가구의 LH 임대아파트단지에서 임대상담, 입주자 실태조사, 단지 내 시설물 안전 및 순회점검, 취약세대 지원 등 임대아파트 관리업무 도우미 역할을 한다. 지난 16일부터 오는 11월까지 8개월 동안 근무할 예정이다.

LH가 지난해 실버사원제도를 도입한 이후 근무기간이 짧아 아쉽다는 아파트단지와 실버사원들의 의견을 반영, 2개월 연장했다. 급여 수준도 처음 제도를 도입한 2010년보다 10만원 높였다.

한편, LH는 오는 28일 2012년 실버사원 발대식을 본사 대강당에서 개최하고 위촉장을 수여한다.

진희정 기자 hj_jin@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