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연미 기자] 특정 정유사의 폴(간판)을 달고 있는 주유소들도 앞으로는 월 판매량의 20%까지 다른 정유사의 기름을 섞어 팔 수 있다. 원래 받아쓰던 기름보다 더 싼 기름을 사 섞어 팔면, 소비자 가격에도 일정 부분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23일 정부 과천청사에서 열린 물가관계 장관회의에 참석해 "정유사와 주유소의 전량구매계약 관행(특정 정유사에서 모든 기름을 들여와야 한다는 것)을 손질하기 위해 '주유소의 혼합 판매에 관한 거래 기준'을 마련했다"면서 "주유소들이 월 판매량의 20%까지 여러 정유사의 기름을 혼합해 팔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주유소들은 종전 거래처의 공급가가 비싸도 전량구매계약 에 따라 울며 겨자먹기로 기름을 사야 했다. 이를 위반하면 정유사가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지하거나 손해배상을 청구해 '주유소 노예계약'으로 부르기도 했다.

이번에 정부가 권장한 혼합 판매 비율은 20%이지만, 정유사와 주유소가 합의하면 비율을 더 높일 수 있다. 합의 없이 혼합 판매 비율을 늘렸는지 점검할 수 있도록 정유사에게도 주유소의 매출 자료를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정부는 다만 혼합 판매로 휘발유 품질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관리 강화 방안도 내놓기로 했다.

한편 이달 말에는 현물 석유제품을 주식처럼 거래하는 전자상거래 시장이 열려 관심이 높다. 정부는 시장 활성화를 위해 상품 공급자에게 공급가격의 0.3%를 세액공제 해주기로 했다.

박연미 기자 cha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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