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민규 기자] 최근 중국산 철강재 수입이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철강업계가 중국 철강업계에 보론강 수출에 대한 자제를 요청했다.

한국철강협회는 23일 중국 상해 메리어트호텔에서 중국강철공업협회와 한중 봉형강 및 열연 품목별 분과위원회를 열었다고 밝혔다.

이날 회의에는 오일환 철강협회 상근 부회장을 비롯해 김영환 현대제철 부사장, 이종인 현대제철 전무, 권석철 포스코 상무, 이태신 동국제강 이사 등 12명과 왕효제 중국강철공업협회 부회장 및 보산강철·안산강철·무한강철 관계자 34명 등 수출·마케팅 담당 임원들이 참석했다.

이날 회의에서 한국 측은 최근 중국 수출 증치세(부가가치세) 환급 제도를 편법적으로 악용한 중국산 보론강 및 H형강 수입 급증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며 중국 철강업계 차원의 수출 자제를 요청했다.

중국은 2010년 7월 보통강에 대한 증치세 환급을 폐지하고 합금강에 대해서는 9%의 환급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국내 수입된 중국산 열연강판은 176만3000t이다. 그중 보론강 등 기타 합금강은 95% 이상으로 철강협회는 추정하고 있다.

철강협회 관계자는 "보론강 문제는 2010년 말부터 한중 민관회의와 한중 열연분과위원회 등 여러 차례에 걸쳐 중국 측과 협의해 온 사안"이라며 "중국 측에서도 이와 관련한 제도 운영상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한국 철강업계는 중국 측이 수출 증치세 환급제도를 악용하고 있는 사례로 후판에 페인팅을 한 후 중국해관에는 칼라강판으로 수출 신고한 뒤 국내 수입 통관 시 후판으로 신고하는 수법에 대해 중국 철강업계 차원의 대책을 요구했다.

지난해 중국 해관 통계상 대한국 칼라강판 수출은 161만4000t에 달했으나 우리나라 관세청에 집계된 실제 중국산 칼라강판 수입량은 9만6000t에 불과했다. 151만8000t에 달하는 칼라강판이 국내에 후판으로 유입된 것으로 철강협회는 추정하고 있다.

오일환 철강협회 부회장은 "최근 국내 철강업계의 경영실적 악화요인은 내수가 부진함에도 불구하고 수입이 늘었기 때문"이라며 "실제로 최근 2년(2010~2011년) 동안 전세계 열연강판은 연평균 642만t이 국내로 수입돼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2000~2007년)의 평균 수입(546만4000t)보다 오히려 95만7000t 늘었다"고 말했다.

580만t의 생산설비가 늘어난 후판도 최근 2년 동안 수입이 438만4000t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보다 무려 200만4000t이 늘었다는 설명이다.

한편 철강협회는 글로벌 경기둔화 지속에 따른 철강공급 과잉으로 주변국들로부터 저가 불공정 수입이 급증하고 이로 인해 국내시장 혼란이 지속되고 있다는 판단 하에 지난 1월 불공정 수입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고 대응책을 모색하기 위해 주요 철강업체를 중심으로 철강통상대책위원회를 발족했다.


박민규 기자 yush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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