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재근 한국환경학술단체연합회장
·한양대학교 공과대학 겸임교수
·한국자연보전협회 명예회장
·환경부 중앙환경자문위원회 위원
·한국환경기술진흥원 원장(前)
·건국대학교 대학원 환경미생물학 박사

개발과 보존. 이 두 단어의 의미는 극과 극을 달린다고 생각하겠지만 이제는 이 단어 속에서 ‘공생의 의미’를 찾을 때다. 우리는 그 동안 개발과 보존의 양립적 대립에 흑과 백중 하나를 선택하라는 권유를 끊임없이 받아 왔다. 개발론자들은 편익을 이야기하며 경제적 가치를 높여 부(富)를 가져올 수 있다고 말한다.

한편 보존론자들은 지금 당장의 편익보다는 먼 미래에 후손들에게 무엇을 물려주는게 좋은지에 대한 철학을 얘기한다. 때문에 당사자들은 항상 저울질을 하며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된다. 지금도 무수히 많은 갈림길을 만들고 있는 개발과 보존의 논리는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에도 끊임없는 대화의 장으로 많은 대중을 끌어내며 혼돈의 시간을 배태해낼 것이 뻔하다.

환경운동의 일대변혁을 가져온 동강댐 개발과 보존의 대립각. 아름다운 동강에 건립한다는 자체만으로도 환경적 이슈가 됐었다. 각종 개발 논리가 그래도 먹혀들어가던 1980년대와 1990년대 중반만해도 많은 사람들이 개발에 손을 들어주었지만 동강댐 건립저지로 환경 운동의 변화와 개발 그리고 보존에 대한 사고가 바뀌기 시작했다.

결론은 자연의 보존에 힘을 실어주며 동강댐은 백지화됐고 경제적 논리와 인간 삶의 실리를 추구했던 개발은 먼 미래에 대한 자연적 보존에 밀려 오늘까지 동강의 아름다움을 지켜오고 있다.

한강르네상스 사업은 어떤가.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내세웠던 세계 속의 명품도시를 건립한다는 취지로 계획되고 추진돼온 이 사업도 개발과 보존이라는 양분된 대립각을 만들어 냈다. 이는 곧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의 경제적 이분법을 잉태해 냈다. 도시정비라는 대대적 개발을 통해 기존에 유지돼온 주거환경과 조건이 바뀌고 이전해야 하는 상황에서 보존을 선택한 시민들의 반대운동은 극명했다.

이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자리에서 물러나게 된 여러 이유 중 한 가지로 작용했고, 현재는 한강르네상스의 거창한 사업은 표류한 채 재검토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서울을 비롯해 수도권 주민들의 안전한 상수원을 공급하기 위한 팔당상수원 보호구역 내의 각종 개발제한 조치를 들 수 있다.

이는 더욱 극명하게 양립적 대립각을 보여주는 상황으로 개발과 보존에 대한 서로의 입장차이가 여실히 드러나는 대목이다. 경인운하 사업뿐 아니라 4대강 살리기 사업도 역시 그렇다. 현재 우리나라 국토 절반이상의 개발과 보존의 대립각으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처럼 개발과 보존의 대화와 타협점을 찾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그런 소소한 다툼과 싸움을 통해 서로에 대한 이해와 배려심이 커지는 것처럼 자연에 대한 개발과 보존이라는 주제도 역시 언젠가는 완벽한 부부로서의 모습을 갖출 것으로 확신한다. 노부부의 두 손 꼭 잡은 모습 속에 모든 것이 담겨있듯 개발군과 보존양도 쌓인 연륜의 내공으로 두손 꼭 잡을 날이 반드시 올 것이다. 극명하게 대립각을 세우고 치열하게 싸우다가도 언제 그랬냐는 듯, 함께 누워 잠을 청하는 연륜이 쌓인 부부처럼 말이다.


이코노믹 리뷰 박지현 jh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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