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부 서소정

[아시아경제 서소정 기자]가치투자 운용사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에 작은 소동이 벌어졌다. 간만에 새롭게 선보이는 펀드 출시를 앞두고 금융감독원과 환매수수료율 문제로 빚어진 마찰이 발단이었다.

한국투자밸류운용은 '한국밸류 10년투자 100세행복 증권투자신탁(주식)' 펀드를 출시키로 하고 이달 초 금감원에 일괄 신고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금감원이 높은 수수료율을 문제 삼으면서 낮출 것을 요구하자 긴급히 기재정정 하기에 이르렀다. 환매수수료율을 금감원 요구대로 낮추지 않는다면 제 일정에 펀드를 출시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당초 한국투자밸류운용은 장기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펀드 상품 설계를 5년으로 정한 만큼 3년 이상 5년 미만 환매시 이익금의 20%에 달하는 수수료를 책정했다. '10년투자 100세 행복'이라는 펀드명에도 드러나듯이 새로 출시하는 펀드가 주식형상품이기는 하나 10년을 바라보고 투자해야 목표한 수익률을 제대로 이룰 수 있기 때문에 섣부른 환매는 자제해 달라는 취지였다.

이에 금감원이 제동을 걸었다. 현재 판매되는 대부분의 펀드가 가입후 3개월 미만일 경우 환매수수료를 부과하고 가입후 1년이 경과하면 사실상 장기투자 범주에 포함되는 것이므로 굳이 3년이상 투자한 펀드에 이익금의 20%에 달하는 막대한 수수료를 물게 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금감원 지적에 한국투자밸류운용은 두 손을 들었다.

결국 3년이상 5년 미만 환매시 이익금의 20%를 환매수수료로 내야 한다는 규정을 이익금의 1%로 획기적으로 낮췄다. 장기투자 유도를 위해 용기있게 제안했던 '소신'을 접고 만 것이다. 한국투자밸류운용 관계자는 "이 펀드는 주식형 펀드와 연금형 펀드의 중간형 상품"이라며 "중도 환매수수료라는 장벽을 둬 안정적인 운용을 유도하려 했는데 아쉽다"고 토로했다.

최근 자산운용업계는 잇단 펀드 환매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일시적인 수익률 저하에 실망한 투자자들이 긴 안목에서 투자기회를 찾기보다는 '환매'라는 막차에 몸을 싣고 있는 것이다. 잦은 환매가 발생하면 펀드매니저는 운용철학을 지키며 제대로 된 운용을 하기 어렵다. 이는 다시 수익률 저하라는 악순환을 가져온다. 과도한 환매수수료는 제재대상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장기투자문화 정착과 투자자 이익을 전제로 한 차별화된 펀드 출시를 위해선 상품 특성을 존중한 유연성도 전제돼야 할 것이다.

서소정 기자 ss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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