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찬 동반성장위원회 위원장

[아시아경제 이승종 기자]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이 위원장직을 사퇴했다. 지난 2010년 12월 초대 위원장에 취임한 뒤 1년 3개월 만이다.

29일 정 위원장은 서울 팔래스호텔에서 열린 제14차 동반성장위원회를 마친 뒤 가진 기자브리핑에서 "지금이 최선의 시기라고 생각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의 임기는 올해 12월까지다.

그는 위원장으로서 가진 마지막 자리에서 작심한 듯 대기업과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정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대기업은 초과이익을 공유하는 건 교과서에도 없는 말이라며 시장 자율에 위배된다고 반발해 왔다"며 "그러면서도 재벌총수의 범죄를 단죄하는 건 기업가정신을 위축하니 안된다고 말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기업은 말로만 동반성장을 외칠 뿐 고민을 하지 않는다"며 "시늉만 할 뿐 사회적 상생을 위한 어떤 책임도 지려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그는 "전경련은 다시 태어나야 한다"며 "필요에 따라서는 발전적 해체의 수순도 생각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대기업이 산업화 시기 경제발전에 기여한 건 인정한다"면서도 "재계는 과거 정경유착을 통해 세를 키웠고 현재는 전경련을 대체로 내세우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정 위원장은 "세계 기업들이 사회적 책임을 실천할 때 우리 재계는 경제정의와 법을 무시하고 이익을 위해서라면 철학도 휴지통에 버리는 게 현실"이라며 "그들의 대변자인 전경련은 다시 태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위원장은 정부도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우리 사회는 극소수만을 위한 사회가 됐다"며 "이 상황에 이르기까지 정부는 뭘 하고 있었냐"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시장 자율이란 말로 대기업을 방치하고 있다"며 "부의 균형추가 심하게 기울면 사회적 갈등은 폭발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양극화 심해지면 민주주의에 위기가 찾아온다"며 "상생하지 않으면 공멸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정 위원장은 "정부는 진정성 있는 의지를 보여야 한다. 알맹이 없는 정치로 어떻게 공감을 얻겠는가"라며 "소임을 회피하면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그는 향후 대선 행보에 나설 것을 시사하는 발언도 했다. 그는 "난 떠나지면 경제민주화가 우리가 나아가야 할 길이라는 소신은 변함 없다"며 "대기업과 중소기업, 수도권과 지역, 남과 북이 동반성장하는 세상을 어떻게 펼쳐나갈 것인지 고민해 보겠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그는 "우리가 성장하고 발전하는 데 필요하다면 무슨 역할, 어떤 방식이든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정치권에 뛰어들 것임을 암시했다.

한편 정 위원장이 사퇴함에 따라 동반위는 앞으로 더욱 험한 가시밭길을 걷게 될 전망이다. 그동안 재계의 공세에 맞서 방파제 역할을 했던 정 위원장을 대신할 만한 인물을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동반위는 다음달 56개 대기업 집단을 대상으로 첫 동반성장지수 발표를 앞두고 있다.

이승종 기자 hanar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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