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우리 집에서 밥을 먹고 배탈이 났는 지 어떻게 압니까?"

최근 인천 영종도의 한 횟집에서 음식을 먹고 배탈이 나 고생한 김영춘(가명)씨는 며칠 후 식당 주인에게 항의를 했다가 도리어 면박을 당했다. 자기네 식당에서 음식을 사먹고 배탈이 났는지 증명해 보라는 것이었다. 김씨는 기가 막힌 나머지 관할 위생 당국의 문을 두드렸지만 "방법이 없다"는 말을 듣고선 좌절할 수밖에 없었다. 위생 당국에서 조차 "시간이 지나 식중독의 원인을 찾을 수가 없을 것"이라며 식당에 찾아가 주의를 촉구하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조치가 없다는 답변이 돌아 온 것이다.

김씨는 "처음엔 나만 아픈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일행 중 6명이나 배탈을 앓았다"며 "신고를 늦게 했다가 치료비는 커녕 식당 주인으로부터 사과도 못 받고 면박만 당했다"고 억울해 했다.

따뜻한 봄철을 맞아 식중독 사고의 위험성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식중독 피해자들이 제대로 치료ㆍ구제를 받으려면 빠른 신고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10일 인천시 위생 당국에 따르면, 김씨 처럼 사먹은 음식으로 탈이 난 경우 신속한 신고가 치료 및 피해 구제를 위해 필수적이다. 시 위생 담당 부서나 보건소 등에 신고를 하면 즉시 출동해 피해자로부터 가검물을 채취하는 한편 해당 음식점 또는 매장을 방문해 남은 음식을 수거해 식중독균 오염 여부를 검사해 원인을 규명할 수 있다.

그렇지 않고 치료를 마친 뒤 신고를 하면 피해자의 가검물을 채취할 수 없다. 또 시간이 지나 해당 음식점 또는 매장에서 음식물을 치워 버렸을 경우에도 증거물을 보전할 수 없어 식중독의 원인을 규명할 수 없다.

인천시 위생정책과 관계자는 "사먹은 음식을 먹고 식중독 증세가 나타났을 경우에는 바로 보건소나 관할 위생 당국에 신고해야 하며, 먹은 음식 중 남은 것을 보관해야 원인을 규명할 수가 있다"며 "여러 날이 지나면 증거가 없어서 식당 주인이 배짱을 부려도 어쩔 수가 없고, 내부 시설ㆍ종업원 등에 대한 위생 점검을 실시하고 주의를 주는 정도가 할 수 있는 최선"이라고 말했다.

김봉수 기자 bs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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