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모 CEO를 만났다. 그 분은 CEO 생활 20여 년간 휴가 한 번 가지 않고 일에 매진한 분이다. 작년에 비로소 부부동반으로 해외여행 간 게 첫 번째 ‘화려한 휴가’였다는 얘기다. 그런 말을 들으면 옷깃을 여미며 숙연해진다. ‘아, 저런 성실성이 저 분을 오늘날 저 자리에 오르게 했구나’ 하고 존경의 마음을 다지게 된다.
이 이야기를 대학 강의시간에 학생들에게 들려줬다. 그런데 반응은 싸늘했다. “그렇게 힘들면 뭐 하려 CEO하느냐”는 반문이 이어졌다. 리더의 희생 스토리가 신세대에겐 동기 부여는커녕 동기 억제로 작용하는 셈이다.

과연 패러다임이 다른 이들과 어떻게 한 지붕을 이고 조직생활을 하면서 동기부여를 할 것인가. 기성세대는 조직생활에서 ‘인화(人和)’라고 하면 이른바 용광로 인화를 뜻했다. 자신의 개성과 사적 사항은 모두 녹여 조직생활에 융화가 되는 게 최우선이었다. 차이는 용납되기 보다 억제해야 할 요소로 치부됐다. 하지만 오늘날의 신세대는 다르다. 이에 발맞추기 위해선 리더들도 과거의 ‘용광로’ 인화론에서 ‘모자이크’ 인화론으로 패러다임을 바꿔볼 필요가 있다. 이들 신세대에게 용광로 인화를 바라서도 안되고 원한다해도 먹히지도 않는다.

자신의 개성을 최대한 살리고자 하고, 그것이 존중받는 그대로 전체적 그림도 그려지는 '모자이크 인화'가 그들이 원하는 그림이다. 차별성과 차이는 조직의 인화를 위해 억눌러야 할 요소가 아니라 권장돼야 할 요소라고 생각한다. 선공후사(先公後私)에서 ‘선사후공’으로의 이동이다. 다시 말해 공적인 명분을 내세워 ‘복종과 적응’을 강조하기보다 ‘개인의 사적 이익’과 ‘공적인 명분’이 어떻게 연결되는가를 구분해주는 것이 한결 현실적이다.

모기업의 K사장은 야심만만하고 추진력이 강한 타입이었다. 그는 새벽같이 회의를 여는 것은 물론이고, 툭하면 “힘들면 그만 둬”를 입에 달고 다녔다. 늘 혼자 힘차게 돌아다니고 호통 일색이었다. 전체 직원회의가 쉼없이 열렸고 그때마다 웅변이 넘쳐났다. 혁신 CEO로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도 자주 받았다. 하지만 결국 그는 경영자로서 성과도 내지 못하고, 중도탈락하고 말았다. 소통에 능한 리더를 자세히 살펴보면 부하에게 돌아갈 이익과 조직의 목표를 연계시켜 설득하는데 능하다. 자신에게 도움이 된다는 것을 깨달으면 부하는 상사의 감시와 지시가 없이도 알아서 움직인다.

혼자 북 치고 장구 치며 애타하지 말라. 그 시간에 부하들의 이익과 조직 비전의 접점을 찾아내라. 2007년 엘리아 크럼과 엘렌 랭어는 호텔 객실 청소 직원과 그들의 운동 습관에 관한 연구를 발표했다. 호텔 직원을 두 그룹으로 나눠 A그룹에게는 일상적 노동이 구체적으로 얼마만큼 운동이 되는가를 설명해 주고, B그룹에게는 운동효과를 설명해주지 않고, 그저 운동하는지만 물었다. 2개월 후 어떤 결과가 발생했을까?

B그룹은 4주후 몸무게가 거의 변함이 없던 반면에 A그룹은 평균 2킬로그램의 감량 효과가 있었다. 자신이 하는 일이 개인적 이익(체중감량)과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이해하고 행동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경우가 확연히 달랐던 것이다. 같은 말을 하더라도 그것이 직원의 삶에 왜 어떻게 보탬이 되는지 이야기해주면 효과가 커진다.

성공한 리더들은 회사의 목표와 개인의 목표를 연계시켜 설명할 줄 안다. 회사의 비전을 바탕으로 직원 개개인의 계획이 어떻게 조화될 수 있는지 이야기하라. 조직원들에게 비전을 이야기할 때는 저 산 너머 뜬구름 잡는 일로 전달하지 말라. 그것이 조직원의 삶에 어떤 이익과 행복을 가져다 줄 것인지를 구체적으로 이야기해 줘야 한다. ‘저 높은 곳을 향하여’를 외치기보다, 부하의 입장에서 ‘낮은 곳으로 임해’ 조직의 목표를 재해석 해주고 따뜻하게 격려해주라. 오늘날 리더가 과거의 리더에 비해 한결 요구되는 것은 용광로 마인드보다 이 같은 모자이크마인드이다.


김성회
CEO리더십 연구소장. 경영학 박사.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겸임교수. 인문학과 CEO 인터뷰 등 현장사례를 접목시켜 칼럼과 강의로 풀어내는 스토리 텔러다. 주요 저서로는 <성공하는 CEO의 습관> <내 사람을 만드는 CEO의 습관> <우리는 강한 리더를 원한다> 등이 있다.


이코노믹 리뷰 한상오 기자 hanso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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