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심나영 기자]"가격이 저렴한 요금제는 휴대폰 자급제 성공의 기본 요건입니다."

5월 휴대폰자급제(블랙리스트) 시행을 앞두고 방송통신위원회가 취지에 맞는 요금제를 내놓으라고 이동통신사들을 압박하고 있다. 마트나 전자대리점에서도 휴대폰을 살 수 있는 휴대폰자급제가 시작되면 공단말기를 구매한 소비자들은 휴대폰 단말과 휴대폰 번호, 요금제 등 가입자 정보가 담긴 유심칩을 별도로 구매해야 한다.

유심칩을 휴대폰에 끼워넣어야 비로소 개통이 되기 때문이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이런 방법으로 휴대폰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려면 무엇보다 '저렴한 유심 요금제'가 출시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휴대폰자급제의 핵심은 유통구조를 다양하게 해 국내 시장에 고착된 고가 스마트폰 중심의 판매 틀을 깨고 저가 휴대폰을 판매하는 것이다. 저가 휴대폰에 싼 유심요금제는 휴대폰 자급제 성공을 위해서 '바늘과 실'처럼 따라다닐 수밖에 없다.

방통위가 이통사 대리점에서 유심 개통을 하는 사람들에게도 요금할인을 해주라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여태까지 이통사는 유심 개통만 하는 소비자들에게는 요금 할인을 해주지 않았다. 예를 들어, 이통사에서 휴대폰을 사고 2년 약정 3만4000원짜리 요금제로 개통한 사용자에게 SK텔레콤은 한달에7500원, KT는 1만4300원씩 요금할인을 해줬으나 유심 개통자들은 이런 혜택을 받지 못했다.
　
이통사들은 "우리가 자선사업가도 아니고, 휴대폰 판매를 전제로 해 제공한 요금할인을 유심 개통자에게도 똑같이 해줄 수 없다"며 손사래를 치고 있다. 다만 약정 기한을 정하고 어느 정도 요금할인을 해주는 유심요금제를 출시할 계획은 있다는 것이 이통사들의 공통된 견해다. 이에 대해 방통위 관계자는 "이통사들은 이달 말까지 새로운 유심요금제를 만들어야 한다"고 압박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휴대폰 자급제 도입 후 사용한 만큼 충전해 쓰는 선불요금제가 다양화될 것으로 기대한다. 아직 선불요금제가 비싼 편이지만 선불요금제를 찾는 유심개통 고객이 늘어나면 자연스럽게 가격이 떨어질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통신비를 낮추려면 유심 개통을 저가 통신사에서 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이동통신재판매사업자(MVNO)들은 기존 이통사보다 저렴한 유심요금제를 이미 내놓고 있다. 온라인 접수나 고객센터로 전화해 가입할 수 있다. 1월부터 유심 스마트 플러스 3종과 유심 표준요금제를 판매하고 있는 CJ헬로비전는 3월 말 전체 가입자(3만여명 추정)의 40%가 유심요금제 가입 고객일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온세텔레콤도 오는 5월 유심요금제 10종을 출시한다.

업계 관계자는 "저가 통신사들은 휴대폰 자급제를 고객을 늘릴 호재로 보고 유심요금제를 더 확대할 계획"이라며 "기존이통사도 휴대폰 자급제가 성공하면 유심요금제 라인업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심나영 기자 s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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