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지성 기자]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여성 인력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하며 여성이 대접받는 삼성을 만들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이를 위해 채용 시 여성 비율을 더욱 높이고 관련 인프라도 강화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회장은 19일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등이 배석한 가운데 올해 여성 승진자 9명과 오찬 간담회를 열고 "우수한 후배들에게 삼성에게 일하라고 하면 후회는 안할 것"이라며 "열심히 하고 정확히 뛰면 잘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 사회는 여성에 대한 차별이 아직도 있다"며 "이래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서 여성인력을 키워라 늘려라 보육시설도 늘려라 강조를 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제 인프라는 갖춰진 것 같은데 앞으로 더 강화하겠다"며 "지금 우리 채용 가운데 30% 정도가 여성인데 앞으로 더 높이겠다"고 언급했다.

이 회장은 "우리 그룹은 여성 능력 덕을 보고 있는데 여성이 능력을 발휘 못하면 나라의 손해"라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여성 인력의 능력에 대해 높은 평가를 내렸다. 이 회장은 "여성에게는 남자가 갖지 못한 모성애라는 숨겨진 힘이 있다"며 "아이를 열 달 동안 키워서 낳는 일, 그 고통을 거뜬히 이겨내는데 보통 힘이 아니다"라고 감탄했다.

또 "어떻게 회사일과 집안일을 다하나"라며 "남자들에게 하라고 하면 나부터 다 도망간다"고 말하며 여성 인력의 고충을 치하했다.

이 회장과 여성임직원들과의 대화는 시종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이어갔다. 특히 이 회장은 삼성전자 시스템LSI 사업부 여성 제조직 가운데 최초로 차장으로 승진한 이모 차장에 깊은 관심을 표했다.

"현장 생산 인력들에게 학력의 벽이 없다는 것을 보여주게 돼서 기쁘다"라는 이 차장의 소감에 이 회장은 흐뭇한 표정으로 "빨리 부장도 되고 상무도 되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이에 이 차장이 "후배들이 빨리 임원이 돼서 사정을 잘 아는 언니가 우리 입장도 많이 반영해달라고 응원해주고 있다"고 화답하자 이 회장은 "내가 꼭 기억하고 있겠다"며 격려했다.

여성임직원들은 이 회장에게 직장과 가정 사이에서 벌어지는 여러 에피소드들을 소개하며 격 없는 분위기를 연출했다.

한 여성 차장은 "우리가 생각해도 소프트한 소통 능력 같은 면은 뛰어나게 잘 한다고 생각한다"며 "우리 사장님이 워낙 터프해서 남자 임원들이 못하는 말이 많은데 우리는 다해서 임원들이 이야기를 부탁 할 때도 있다"고 전했다.

해당 사장을 묻는 질문에 윤부근 삼성전자 소비자가전(CE) 총괄 사장이라고 답한 그는 "터프하고 무서운데 경영자가 되고 나면서 많이 부드러워졌다"며 "개발 팀장 당시 별명이 '불끈'이었는데 유즘은 '푸근'으로 불러달라고 한다"고 말해 모두의 폭소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박지성 기자 jise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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