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오주연 기자]#홍차 마니아 서모(30)씨는 국내에서 수입 홍차를 살 때마다 의아한 기분이 든다. 아무리 물 건너오면 비싸진다고 하지만 터무니없는 경우가 태반이기 때문이다. 그는 "뉴욕에서 22달러에 샀던 '마리아주 프레르 홍차'가 신세계 딘앤델루카에서는 5만5000원에 판매되고 있다"면서 "관세가 높은 건지 유통마진이 센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비싼 가격 탓에 한국에서 홍차 마시기가 꺼려진다"고 말했다.

수입산 홍차 가격이 한국에서 적게는 5배에서 많게는 10배 이상 부풀려져서 판매되고 있다. 홍차ㆍ녹차의 경우 관세 혜택도, FTA 혜택도 받지 못하고 있어 가격이 비쌀 수 밖는 구조 때문이다.

25일 관련업계와 관세청 등에 따르면 미국에서 수입되는 홍차(발효차)와 부분발효차의 관세는 32%에 달한다. 차(茶)는 내용물의 무게와 가공여부 등에 따라 관세율이 달라진다. 차전문업체 A사가 제시한 자료에 의하면 이 업체가 직접 수입하고 있는 홍차 관세는 40%다. 특히 녹차ㆍ가향녹차 관세는 무려 513.6%에 달했으며 허브차와 인스턴트 차는 각각 8%씩이다.

관세청 관계자는 "홍차 뿐만 부분발효차 관세는 40%"라면서 "녹차도 기본세율은 40%로 같지만 녹차 관련 해당기관에서 추천을 받지 못하면 513.6%의 관세를 문다"고 설명했다.

A업체 관계자는 "녹차는 국내에서도 재배되고 있기 때문에 녹차산업 보호차원에서 높은 관세를 문다고 하면 이해가 가지만 홍차의 경우는 다르다"면서 "홍차는 국내에서 재배되지 않기 때문에 전적으로 수입되고 있는데 관세를 40%나 물리고 있어 홍차의 대중화가 이뤄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원두 관세가 2%대에 달하는 것과 비교하면 매우 큰 차이를 나타내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국가별 관세를 비교, 조사한 결과 일본의 차 관세는 12~17%, 중국은 13% 수준이었다. 유독 한국이 차 관세에 대해 보수적인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관세청이 수년 전의 차 관세를 고수하고 있다"면서 "차 음료에 대한 국내 소비자들의 의식수준이 높아져가고 있는데 고리적 관세를 고집하고 있어서 시대 흐름에 뒤쳐진다"고 지적했다.

FTA 혜택도 차(茶)는 예외라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차 원료가 생산된 곳을 원산지로 보기 때문에 블랜딩(차를 배합해 포장하는 과정) 한 곳이 유럽이라도 EU-FTA의 효과를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커피는 최근 원산지 표기가 논란이 되자 원산지를 원두 생산지가 아니라 블랜딩한 국가로 바꾼 바 있다.

관세청 관계자는 "차 블랜딩은 차 원료를 단순 가공한 것으로 보기 때문에 블랜딩 과정에서 가향(향을 첨가하는 등의 가공처리)을 했어도 관세를 매기는 기준인 HS코드가 바뀌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커피는 블랜딩한 국가를 원산지로 인정해주면서 차는 예외"라고 꼬집으며 "이러한 요인들 때문에 한국에서 차가 비싼 고급 음료로 인식되고 이는 곧 대중 음료로 성장하는 데 걸림돌이 된다"고 말했다.

오주연 기자 moon170@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