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윤재 기자] #.아이와 가족들을 위해 항상 제철과일을 냉장고에 채워넣는 주부 이주윤씨는 여름같은 날씨에 시원한 수박을 사려고 했지만 발길을 돌렸다. 매대마다 표시된 수박 가격이 지나치게 비싼 탓이었다. 이 씨는 "가뜩이나 과일 가격이 올라 저렴한 수입산 위주로 사는데 여름 대표과일인 수박도 올라 올 여름에 수박먹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며 "반쪽이 나오면 그거나 사야겠다"고 푸념했다.


이른 무더위와 함께 '수박'의 계절이 돌아왔지만 수박 사기가 쉽지않다. 지난해에 비해 훌쩍 뛰어오른 가격에 소비자들이 선뜻 사기가 어려워진 까닭이다.

10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도매가격정보에 따르면 8kg 내외의 상품(上品) 수박 도매가는 1만7480원이다. 수박 생산이 본격화되기 이전인 4월 평균 도매가격 1만7390원과 비슷하지만, 지난해 5월 1만4220원이었던 것과 비교해서는 23% 오른 값이다.

도매가격 상승과 함께 국내 주요 대형마트에서 판매하는 수박가격도 지난해에 비해 크게 올랐다. 이마트는 6~7kg 수박 한통을 2만900원에 판매중이고, 홈플러스와 롯데마트는 각각 1만9800원, 1만7800원에 판매하고 있다. 지난해 1만4000원 안팎이던 것과 비교해 최대 44% 오른 가격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센터는 봄철 고르지 못한 기상으로 수박 주산지 수확이 늦어지면서 수박 공급이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크게 줄어 가격이 대폭 올랐다고 전했다. 경남 의령과 전북 정읍 등 수박 주산지에서의 강풍 피해와 저온 현상으로 인해 수박 생산이 늦어졌다는 설명이다.

농촌경제연구원은 5월 출하물량이 지난해 5% 가량 낮아질 것이라고 예상했고, 8kg 상품 도매 가격은 1만6000원에서 2만원 안팎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 같은 가격 상승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농촌경제연구원은 지난해 고추가격이 급등하면서 일부 농가에서는 수박 대신 고추를 재배하는 곳이 늘고 있다며 수박 생산 면적이 지난해 보다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형마트 수박 바이어는 "지난해와 비교해 수박 가격이 20~30% 올랐다"며 "지난해 10월 강추위로 종식이 늦어진데다 성장기인 2월 늦추위로 성장이 부진했고, 4월에는 강풍으로 하우스가 무너지고 냉해를 입어 가격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주 출하시기인 6~7월에는 다소 가격안정세를 찾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윤재 기자 gal-r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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