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사장

[아시아경제 명진규 기자]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이 이건희 회장을 대신해 삼성그룹의 오너 자격으로 엑소르의 사외이사직을 추천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11일 재계에 따르면 피아트-크라이슬러 그룹의 지주사인 엑소르는 지난 2003년부터 가족경영을 하는 글로벌 기업의 오너들을 사외이사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글로벌 6위 주류 업체인 캄파리그룹의 오너 루카 가라보길라 회장과 타타그룹의 오너 라탄 타타 회장이 엑소르의 사외이사직을 맡고 있다. 글로벌 가족기업을 거느리고 있는 엑소르의 사외이사 가운데 오너가 아니고 오너 2세가 추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엑소르가 이 사장을 차기 오너로 인정한 셈이다.

엑소르는 당초 이 회장을 사외이사로 추천하려 했지만 이 회장이 이를 고사하고 이 사장을 추천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한 고위 관계자는 "존 엘칸 엑소스 회장이 이 회장의 제의를 받아 이 사장을 추천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엑소르의 창업자인 고 지아니 아그넬리 회장의 외손자인 존 엘칸 회장은 수년전부터 가족경영을 통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삼성그룹과의 교분을 원해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존 엘칸 회장은 서로 다른 경제상황과 지리적 배경을 가진 가족경영 기업들이 함께 아이디어를 나누고 경험을 공유하며 가족경영 기업들이 나아가야 할 길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해온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아시아 지역에서 이 사장이 추천된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엑소르는 오는 29일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거쳐 이 사장의 사외이사직을 최종 확정할 방침이다. 엑소르는 피아트-크라이슬러 그룹의 지분 30%를 보유하고 있다. 트럭을 판매하는 피아트 산업과 축구팀 유벤투스의 최대 주주이기도 하다.

이 사장이 엑소르의 사외이사가 될 경우 피아트-크라이슬러 그룹과의 비즈니스 확대가 기대된다. 전기차용 배터리, 전자 장치, 차량용 IT 솔루션을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내세우고 있는 삼성그룹 입장에서는 존 엘칸 회장의 제안이 절호의 기회가 된 셈이다.

함께 사외이사로 활동하게 될 타타그룹, 캄파리그룹과의 교분도 기대된다.

존 엘칸 회장은 지난 2003년 루카 가라보길라 캄파리그룹 회장을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캄파리는 1860년대에 설립된 이탈리아 주류 업체로 현재 글로벌 주류 시장에서 6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탈리아 밀라노에 본사를 갖고 있는 캄파리는 190개국에 진출해 있으며 총 45개의 주류 브랜드를 갖고 있다.

라탄 타타 타타그룹 회장은 지난 2006년부터 엑소르의 사외이사로 활동중이다. 창업자인 잠세지트 타타의 증손자인 라탄 타타는 지난 1962년 타타스틸에 인턴으로 입사한 뒤 30년 동안 현장에서 일은 해온 인물이다. 지난 1991년부터 그룹 회장에 취임했다.

라탄 타타 회장은 오는 12월 퇴임한다. 현재 후계자를 물색중이다. 이 사장 입장에선 인도 최대 자동차 회사인 타타그룹의 현 회장은 물론, 차기 회장과도 친교를 맺을 수 있는 기회가 열린 셈이다.

명진규 기자 a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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