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재테크에서 가장 피를 말리는 투자가 주식이라고 한다. 직접 투자이기 때문에 그 결과는 오롯이 본인이 감내해야 할 몫이다. 하지만 주식투자의 강점은 특히 개인투자자의 경우, 본인의 판단이 확실하게 설 때에만 행동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그만큼 시장에 대한 대응이 빠를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 같은 불황기에 위축된 투자심리에서도 투자 성공 사례가 계속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안다’는 것과 ‘한다’는 것은 다르다. 누구나 알고 있는 것도 누구나 하는 것은 아니다. 주식투자도 마찬가지다. 사실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성공투자의 원칙들을 알고 있다. 워렌 버핏처럼 저평가된 가치주에 장기투자하면 성공한다는 것을 안다. 한 종목에 ‘몰빵’ 지르지 않고 분할매수하면 위험이 적어진다는 것도 안다. 그런 원칙들은 다 알고 있으니 특별한 비법을 알려달라고 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특별한 비법은 없다. 굳이 특별한 비법이라고 한다면 자신이 알고 있는 원칙과 기준대로 행동하면 된다.

누구나 알고 있지만 누구나 행동하는 것은 아니다. 주식투자의 원칙과 기준을 몰라서 성공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원칙과 기준대로 행동하지 않기 때문에 실패하는 것이다. 누구나 알고 있는 투자원칙도 누구나 원칙대로 행동하지는 않기 때문에 알고 있는 원칙을 행동으로 옮기는 사람이 성공하게 된다.

성공투자의 원칙은 남들이 보기에 멋져 보여야 하는 것이 아니다. 스스로 만들고 스스로 실천하면 그것이 최고의 투자원칙이고 성공투자의 발판이 된다. ‘20% 수익 나면 차익 실현! 10% 손실 나면 손절매!’라는 원칙도 스스로 행하면 훌륭한 투자원칙이 될 수 있다. ‘매달 10주씩 3년간 산다’는 원칙도 지키면 성공할 수 있다. 물론 스스로 투자원칙을 세우기 힘들다면 저명한 투자고수의 원칙을 그대로 실천해도 된다. 개인투자자가 실패하는 이유는 투자고수가 아니어서가 아니라, 투자 원칙이 없거나 원칙이 있더라도 실천하지 않기 때문이다.


고수는 흔히 어느 분야에서 탁월한 수준에 도달한 이를 말하는데 주식투자에 과연 고수가 존재할 수 있는지의 여부는 논외로 하고, 일단은 현재 자칭·타칭 고수라고 하는 이들의 조언을 어떻게 활용하는 것이 현명할지 생각해보자.

세 사람이 길을 가도 그 중 반드시 한 사람은 내게 스승이라는 말처럼 마음을 열고 귀를 기울일 때 우리는 모든 곳에서 배움을 구할 수 있는 법이다. 차트나 지표 등을 이용한 기술적 분석을 제외하고 투자의 정석이나 방법을 누군가에게 배운다거나 가르친다는 것은 대단히 어렵다. 주가라는 것이 현재라고 하는 상대적이고 절대적인 시간 속에서 수백 가지 변수에 의하여 결정되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그 수백 가지 변수가 영향을 주고받는 임팩트 역시 매번 다르다. 그야말로 나비효과가 극적으로 발현되는 곳이다. 나비효과란 불확정의 다양한 변수가 상호 끊임없이 영향을 주고받으며 시간의 추이에 따라 변화해가는 것을 말하는데 이것은 예측이 불가능하다는 특징을 가진다. 상황이 이러하기에 과거에 어떤 패턴을 보였다고 해서 현재 시점에 역시 유사한 패턴을 보여주리라고 단정하는 것은 대단히 비과학적이며 비논리적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고수라고 칭해지는 사람들 역시 대개 오랫동안 주식시장에 관심을 가졌고 또 참여했다고 할 수 있으므로 시장을 바라보는 이들의 식견을 참조할 수 있다고 본다. 특히 현 주식시장에 대한 분석과 앞으로의 전망 등 거시적 자료들이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근거와 함께 제시된다면 적극 참조하는 것도 좋다는 생각이다. 만약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근거도 없이 일방적인 주장이나 증명 불가능한 자랑만 있다면 이는 철저하게 무시할 일이다.

한 사람의 의견만을 참조할 것이 아니라 여러 사람이 내놓는 거시적 전망을 비교 검토하는 작업이 절대 필요하다. 왜냐하면 대단히 가변적인 주식시장은 보는 이에 따라 상당히 다르게 해석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강조하거니와 주식시장은 수많은 인간군상의 욕망이 치열하게 부딪치며 그 결과 불합리한 움직임이 오히려 당연하게 여겨지는 아노미와도 같은 곳이다. 그 무엇도 정해진 것은 없으며 영원한 것 역시 없다. 내일은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아무도 모른다.


인간은 저마다 고유한 성향 혹은 성질을 지니게 되는데 이 개인적 성향 혹은 성격은 생각과 달리 잘 바뀌질 않는다. 따라서 성향이나 성격을 고치려는 지난한 노력을 하기보다는 차라리 자신의 성향 혹은 성격이 가진 장단점을 파악하여 장점은 강화하고 단점은 축소하려는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더욱 합리적일 것이다.

투자와 비즈니스의 세계에서도 자신의 성향에 부합하는 것을 선택하는 게 좋다. 이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일 것이다. 외향적인 사람에게 실내에서 하루 종일 동일한 업무를 반복하게 하면 그보다 더 고역이 없을 것이며, 반대로 내향적인 사람에게 세일즈 파트에서 일하게 하면 본인에게는 이보다 더 큰 불행이 없을 것이다. 이것은 우월의 문제가 아니라 그냥 다름의 문제일 뿐이다.

주식투자에 있어서도 개인성향에 따라 투자 종목이나 업종 등 전략을 새로이 정의하는 것이 나을 경우가 있을 수 있겠지만 그것보다는 오히려 자신이 평소 관심을 가진 분야에 해당하는 종목을 중심으로 투자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보다 효율적이라는 판단이다.

스스로의 관심분야에 해당하는 종목을 위주로 투자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더 본성에 적합하다. 왜냐하면 개인의 선호는 스스로의 성향이나 성정을 어느 정도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스스로 좋아하는 분야에 대한 새로운 소식은 더욱 자세히 그리고 더 자주 들리는 법이기에 스스로 선호하는 분야의 종목에 대한 투자는 상대적으로 더욱 유리하다고도 할 수 있다.

이 경우 주의해야 할 점은 어느 한 분야에 지나치게 몰두하거나 천착하게 되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 최초의 객관적 입장과 시각을 잊고 부지불식 간 맹목적인 추종의 자세를 보이게 된다는 것이다. 선호종목에 대한 선별적 투자전략을 세우고 실행할 경우 스스로 그 함정에 매몰되지는 않고 있는지 항상 경계할 일이다.


주식투자의 어려운 점 가운데 하나가 바로 폭락장에서의 생존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주식시장의 변동성은 항상 예측불가의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에 그 속에서의 생존 역시 대단히 어려운 작업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그리고 작년 여름 유로존 재정위기 때 손해를 보지 않은 투자자가 과연 얼마나 될까. 그 시기 운 좋게 쉬어가던 터라 벼락을 피한 경우는 있겠지만 참여하고 있던 대다수의 투자자는 꼼짝없이 손해를 감수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그 이전부터 글로벌 금융 산업의 위험성에 대한 리포트는 있었지만 언제 그 위험이 현실화될는지 누구도 확정할 수 없었기에 막상 위험이 현실화되었을 때 투자자들은 손해를 감수하고 사후적 대응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투매가 투매를 부르는 난감한 폭락장에서 개인투자자의 경우 가급적 참여하지 않는 편이 가장 훌륭한 처신이다. 하지만 반드시 투자를 해야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럴 경우에는 일단은 폭락의 원인이 무엇인지를 우선 살펴봐야만 한다. 폭락장에서는 폭락을 야기한 원인을 우선적으로 판단한 후에 적절한 행동을 취해야만 한다.

사실 폭락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은 거의 없다. 폭락장은 시기가 특정되지 않은 순간, 모두들 방심하고 있는 바로 그 순간에 쓰나미처럼 닥쳐오기 때문이다. 만약 이러한 사태를 맞는 것이 두렵다면 그는 주식투자를 할 게 아니라 은행을 찾는 것이 현명한 처신일 것이다.

폭락장에서 대처하는 방법은 첫째, 폭락을 야기한 원인을 집중적으로 파악해야만 한다. 공황에 매몰되지 않고 냉정한 자세를 유지하며 전문가의 진단에 두루 귀 기울이며 스스로 자신의 입장을 확정할 필요가 있다.

원인이 파악되었다면 그 다음엔 스스로 나아갈 방향을 확정해야만 한다. Buy, Sell, Hold! 세 가지 행동 외에 없다. 폭락장에서 자산의 손실을 한탄하고 있을 것이 아니라 그 손실을 만회할 수 있는 최상의 방법을 강구해야만 하는데 이것은 결국 시장을 바라보는 자신의 판단과 자신이 처한 객관적 입장에 다르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


투자자에게 있어서 포트폴리오는 그가 시장을 바라보는 관점과 가치관이 녹아든 총체적인 결정체라고 할 수 있다. 자동차업종에 대한 비관적인 생각을 유지하면서 스스로 자동차종목을 자신의 포트폴리오에 추가하는 경우는 없고, 그 반대의 경우 역시 없기 때문이다.

또한 포트폴리오는 시장을 상대로 지난한 전투를 수행하는 전사의 작전계획서이기도 하다. 포트폴리오를 구성한 뒤 작성표를 만들 때 예상 매도가와 손절가, 매매이유 등을 별개의 항목으로 집어넣는 것은 바로 포트폴리오가 ‘작전계획서’ 임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예이다.

이토록 중요한 포트폴리오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투자자의 경우 대개 포트폴리오 작성을 소홀히 하고 또 어려워하며 회피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것은 아무런 작전계획도 없이 전투에 나서는 것과 같이 자명한 결과로 이어진다.

그렇다면 포트폴리오는 어떤 식으로 구성되어야 할까? 사실 이것은 각 개인이 처한 상황이나 입장, 투자금의 규모 등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일반적으로는 5개 미만의 종목으로 구성하되 대형우량주의 비중이 더 높은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5개 이상을 넘어서면 관심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아 신속한 대응이 늦어지기 때문이다. 중소형주 위주의 포트폴리오는 변동성이 너무 심해 리스크 관리가 어려우므로 이 또한 주의해야 한다.

스스로 포트폴리오 구성이 어렵다면 증권사 지점을 방문해 상담을 요청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좋은 땅을 구매하기 위해서는 부지런히 발품을 팔며 부동산전문가에게 조언을 구하듯 증권사를 통해 적절한 포트폴리오를 추천받는 것도 요긴하다. 각 증권사 리서치센터는 최고의 인재들이 최상의 정보로 무장하고 실로 유익한 정보를 거의 실시간으로 제공하는데 이 정보를 비판적인 자세를 유지하며 적극 활용하는 것도 훌륭한 방법이다.


주식투자는 각종 게임과 흡사하다. 시간과 노력 그리고 자금을 투입한다는 면에서 그렇고 경쟁상대가 있고 승패가 있다는 점 역시 비슷하다. 반면 뚜렷하게 다른 점은 패배 뒤의 결과가 너무나 참혹하다는 것이다. 게임과 달리 주식투자에서의 실패란 곧 암담하고 쓰라린 금전적인 손실로 이어지게 된다.

그렇다면 게임을 하듯 즐겁게 주식투자를 즐길 수는 없을까? 여기에도 몇 가지 방법이 존재한다. 첫째, 여유자금으로 투자에 나서야 한다. 여유자금이라는 단어에서 방점은 자금이 아니라 여유에 찍혀있다. 즉 자금의 규모가 어떻든 무조건 여유가 있어야만 한다. 여유는 시장과 투자자 간의 간극을 넓혀주는 효과가 있다. 어떠한 심적 여유도 없는 상태에서는 올바른 판단이나 결정을 내리기가 어려운데 그것은 그 상황과 그 상황에 대처해야만 하는 사람 사이의 간극이 그만큼 좁기 때문이다.

둘째, 욕심을 덜어내야 한다. 간단하지만 대단히 어려운 덕목이다. 하지만 왜 주식투자를 하는가 스스로에게 질문한다면 답을 찾을 수 있다. 대부분 답이 ‘돈을 벌기 위해서’일 것이지만 이것은 바른 대답이 아니다. ‘더 즐겁게 살기 위하여’ 혹은 ‘더 멋지게 살기 위하여’가 올바른 대답이다. 돈을 번다는 것은 수단이지 목적이 아니기 때문이다. 더 즐겁게 살기 위한 수단으로 선택한 주식투자가 엄청난 스트레스와 고통의 원인이라면 이것은 무언가 굉장히 잘못된 것이다.

마지막으로는 잦은 종목 갈아타기를 피하는 것이다. 개인투자자는 어쩔 수 없이 시장에 참여하고 있는 사람이 아니다. 스스로 원해서 참여하고 있을 뿐이다. 훌훌 털고 잠시 시장을 벗어난다고 해서 누군가 벌금을 부과하거나 직업을 잃게 되지도 않는다.

이코노믹 리뷰 한상오 기자 hanso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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